풍암호수 ‘원형 보존’→‘수심 조정’ 번복 광주시 “年30억 소요…개발 지연시 책임 문제까지” 주민협의체 “姜시장, 3개월 만에 약속 파기” 발끈 박선강 기자

2023년 06월 11일(일) 19:46

사진은 풍암호수 전경. /사진=연합뉴스

중앙공원 1지구 민간공원 특례사업의 일환으로 추진되는 풍암호수 수질 개선과 관련, 광주시가 주민 요구대로 ‘원형 보존’을 검토했다가 매립해 수심을 낮춰 담수량을 줄이는 ‘수심 조정’으로 입장을 번복, 갈등이 우려되고 있다.

11일 광주시에 따르면 강기정 시장은 지난 8일 풍암호수 수질개선 주민협의체(주민협의체)와 면담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강 시장은 “주민협의체가 요구한 수심, 수량, 수경계 변형 없는 원형 보존 안을 검토한 결과, 현실적으로 추진이 불가능하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밝혔다.

강 시장은 “민간사업자가 공원을 조성해 시에 기부해야 하는데, 원형 보존시 수질 개선안을 도출하는데 오래 시간이 소요돼 중앙공원 전체 계획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당초 광주시는 풍암호수가 있는 중앙공원 1지구 특례사업자로부터 비용을 받아 수질 개선을 추진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하지만 ‘현금 기부채납’은 법률 등에 근거가 없어 위법하고 전문가들도 향후 문제의 소지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광주시의 이 같은 입장 번복은 주민협의체가 풍암호수의 넓이·깊이·물량을 유지해야 한다는 조건을 제시한 지 약 3개월 만이다.

앞서 강 시장은 지난 3월 2일 광주중앙공원 주민협의체 집행부를 만나 주민 의견을 고려해 풍암호수 원형 보존을 수용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이에 따라 광주시가 수질 개선을 담당하고, 민간 사업자가 공원을 개발하는 ‘분리 추진’ 계획은 무산됐다.

수질 개선까지 맡아야 할 민간 사업자 측은 2019년부터 서구 등이 참여해 운영한 수질 개선 TF에서 제안한 수심·수량 조정안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중론이다.

수심·수량 조정안은 호수 바닥을 매립해 수심을 1.5ｍ로 낮추고 담수량을 현재 35만t에서 15만t으로 줄이는 방안이다.

광주시 관계자는 “원형 보존 방식을 적용하면 매년 30억원의 관리 비용 부담 뿐만 아니라, 수질 개선이 늦어질 경우 예상되는 공원 개발 사업 지연, 그에 따른 책임 문제와 소송까지 우려된다”며 “주민 요구안을 수용하기 위해 검토했지만 현실적으로 추진이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주민협의체는 광주시가 약속을 파기했다며 반발하고 있다.

주민협의체의 한 관계자는 “강기정 시장이 지난 3월 면담에서 ‘원형 보존 안을 100% 수용하겠다’고 발언까지 했는데 약속을 뒤집었다”며 “대책 회의를 열어 대응 방안을 논의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강 시장은 12일 오후 2시 시청 기자실에서 차담회를 열어 풍암호수 수질개선 대책 등을 설명할 예정이다./박선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