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 풍암호수 원형보존 약속 번복 공신력도 추락

2023년 06월 12일(월) 19:51

광주 풍암호수(저수지) 수질 개선안이 수심을 낮춰 담수량을 줄이는 매립으로 회귀했다. 주민협의체와 면담에서 광주시는 민간사업자가 공원을 조성해 기부해야 하는데, 원형보존시 오랜 시간이 소요돼 전체 일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밝혔다. 수심과 수량, 수경계 변화가 없어야 한다는 요구에 불가하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

강기정 시장은 지난 3월 주민의 의견을 고려해 원형보존을 수용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강 시장은 다시 한 번 만난 뒤 종합적인 입장을 공식화하겠다고 했으나 광주시가 번복했다며 반발이 거세다.

당초에 광주시는 중앙공원 1지구 특례사업자로부터 비용을 받아 수질 개선을 추진하려 했다. 하지만 ‘현금 기부채납’은 법이나 협약에서 근거를 찾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수질 개선까지 직접 추진하게 된 사업자 측은 서구 등이 참여해 운영한 TF에서 제안한 수심·수량 조정안으로 선택할 것으로 예상된다. 호수 바닥을 매립해 수심을 1.5ｍ로 낮추고 담수량을 현재 35만t에서 15만t으로 줄이는 방안이다. 광주시는 주민 요구를 수용해 보려고 검토했으나 현실적으로 추진이 어렵다고 해명했다. 원형보존 방식을 적용하면 매년 30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는 관리 비용 부담, 수질 개선이 늦어질 경우 공원 개발 사업 지연과 그에 따른 책임 문제와 소송 등을 우려하고 있다.

어쨌든 강 시장이 원형보존 약속을 뒤집는 꼴이 됐다. 3개월 만의 일이다. 사전에 충분한 검토가 됐던 것인지 의문이 든다. 풍암호수를 품은 중앙공원 1지구는 민간공원 특례사업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큰 핵심이다. 광주시와 사업자, 서구 등 이해가 첨예하게 얽힌 현안임에도 신중을 기하지 못했다. 안일한 인식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환경적인 요인도 더 깊이 고려돼야 한다.

주민들은 정책 결정 과정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행정의 신뢰가 무너질 수 밖에 없다. 앞으로 논란은 불가피해졌다. 광주시는 사과부터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