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순 배경 다큐 ‘씨앗의 시간’ 광주서 상영 17일 광주독립영화관서 시사회 최명진 기자

2023년 06월 13일(화) 19:34

토종 씨앗을 지켜온 시골 어르신의 모습과 자연의 풍광을 담아낸 다큐멘터리 영화가 제작돼 눈길을 끈다.

지난해 제14회 DMZ 국제다큐멘터리 영화제 한국경쟁 부문 대상 수상에 이어 올해 제20회 서울국제환경영화제 한국경쟁부문에 초청된 설수안 감독의 ‘씨앗의 시간’(사진)이다.

시골 어르신의 씨앗 얻는 과정 등을 담고 있는 이 영화는 오는 17일 오후 4시 광주독립영화관에서 시사회를 갖는다.

‘씨앗의 시간’은 현대인이 놓치기 쉬운 입춘, 우수, 경칩 등 24절기를 토대로 진행된다.

영화에는 수십 년 동안 콩과 호박, 들깨, 옥수수 등의 씨앗을 받고 심어온 농부와 이들의 노동이 지켜온 토종 씨앗을 찾아다니는 사람들이 등장한다. 카메라는 허리가 굽어 땅에 가까워진 몸으로 농사를 짓는 늙은 농부, 이들에게서 받은 씨앗을 심는 젊은 농부, 그리고 얼었다 녹는 땅의 풍경을 가만히 지켜본다.

이와 함께 농부들 뒤로 빠르게 지나가는 KTX와 초고층 아파트, 태양광발전 등 급변하는 농촌 환경 속 농부들의 노동을 지켜보며 지속되는 씨앗의 시간이 지닌 소중함을 호소한다.

특히 주목할 부분은 2021년부터 2022년까지 화순군 청풍면 세청리에서 촬영한 장면이다.

콩과 들깨, 옥수수 등을 키우기 위한 준비과정과 수확, 그리고 다시 씨앗을 받는 장귀덕 농부의 모습이 카메라에 고스란히 담겼다.

수십 년간 지속해 온 힘든 농사, 그로 인해 굽어진 몸, 그 몸으로 또다시 농사일을 지속하며 씨앗을 지키는 모습이다.

설수안 감독은 “토종 씨앗을 지켜온 것은 생물학적 지식이나 커다란 사명감이 아닌, 자연을 대하는 삶의 태도 그리고 시간과 함께 움직이는 노동이다”며 “씨앗의 소멸 뒤에는 삶과 직결된 노동에 대한 폄하, 그 노동을 토대로 이뤄졌던 공동체의 소멸이 있다”고 말했다./최명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