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치혁신 해답은 선거제도와 시민교육이다 / 최장현 |
| 2023년 06월 13일(화) 19:49 |
|
우리 사회의 대립이나 갈등이 줄어들고 있느냐, 아니면 오히려 대립·갈등이 증폭되고 있느냐에 따라 정치를 잘하고 있는지 잘못하고 있는지를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지난해 영국 킹스 칼리지가 국제여론조사기관에 의뢰해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조사대상 28개국 중 한국의 사회 갈등지수는 압도적인 세계 1위로 나타난다. 작금의 정치상황은 국가의 안위와 민생은 뒤로하고 당파싸움에 여념없던 선조때가 연상된다. 이유가 무엇일까? 민주주의가 제대로 실현되지 못하고, 시민교육이 퇴행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민주주의’에 대한 가장 보편적인 정의는 링컨이 말한 바와 같이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치’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 때의 국민은 어느 국민을 말하는가? 레이파트(Arend Lijphart)가 일찍이 지적한 바와 같이, 국민의 의사가 일치하지 않고, 국민의 요구와 선호가 서로 상이할 때, 과연 누가 지배하고, 누구의 이익에 부응해야 하는가.
지난해 대통령선거에서 총 유권자 4천400만명 중에서 당선에 기여한 표는 1천600만표로 유권자 대비 37%다. 전체 유권자 중 63%은 자신의 대표자를 선출하지 못했거나 안 했다는 것이다. 2020년 4월에 실시됐던 국회의원선거에서는 당선자들의 평균득표율은 총 유권자 대비 36.8%에 불과하다. 또한 위 총선에서 A정당의 정당지지율은 33.4%였지만, 의석률은 60%를 차지했다.
2022년 6월에 실시된 지방선거 전국투표율은 51%, 광주시 투표율은 37.7%였다. 어떤 후보가 50% 득표로 당선됐다 해도 그 후보는 전체 유권자의 18%득표에 불과하다. 우리나라 정치가 진정한 다수에 의한 지배라고 할 수 있을까? 현실은 ‘소수 충성 지지층에 의한, 그들을 위한, 그들의 지배’가 되고 있다. 이로인해 좌우 극한적인 대립과 갈등이 끊이지 않는 것이다.
이에 대한 해답은 무엇보다도, 국민의 의사를 제대로 반영하는 선거제도로의 개혁이다. 예컨대, 독일의 총선은 600석의 의석이 지역구와 비례대표제로 반반씩 나뉘어 있지만 정당별 득표율에 비례해 총 의석을 배분한다. OECD 38개국 중 25개국이 전면적 비례대표제, 8개국이 혼합형 비례대표제를 채택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300석 중 약 18%인 47석만 비례대표제 의석이다. 이것마저도 거대정당들이 독식을 위해 머리를 짜낸 위성정당 등으로 국민들을 혼란스럽게 했다. 더 이상 국민을 우롱해서는 안 되며, 국민의사를 제대로 반영할 수 있는 선거제도로 전환되길 기대한다.
다음으로는 1990년대에 뉴질랜드가 그랬던 것처럼 시민에 의해 정치혁신을 이뤄 내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시민들이 기존 선거제도의 문제점을 직시하고, 국민 의사를 제대로 반영할 수 있는 제도 개혁을 위해 참여와 실천적인 시민의식을 함양하는 것이다.
그러나 일반 시민에 대한 교육은 차치하고라도, 학교내 시민교육에 대한 전망은 암담하다. 2022 개정교육과정에 의하면, 16세 이상 정당 가입, 18세 이상 선거권·피선거권으로 현실적 정치참여가 가능한 고등학생에 대해 선거 등 참정권에 대한 교육과정이 현저히 축소되거나 누락돼 있다.
표면상으로는 진로선택으로 ‘정치’과목을 따로 배치해서 더욱 심화된 내용을 가르치고 배우는 것으로 포장돼 있다. 실상은 45만여명의 대입 수험생 중 ‘정치와 법’을 선택한 학생은 약 5%인 2만5천여명에 불과하다. 정치 격언 중에 ‘모든 국민은 그들 수준에 맞는 정부를 가진다’라는 말이 있다. 보다 높은 수준의 정치를 기대하기 위해서는 시민의식이 향상돼야 한다. 그 발판은 공교육이고 교육과정이 제대로 돼야 할 것이다.
국민의 의사가 일치하지 않고, 국민의 요구와 선호가 상이할 때, 가능한 많은 ‘다수의, 다수에 의한, 다수를 위한 정치’, 즉 상생의 정치, 통합의 정치, 제대로 된 민주정치를 위해서는 국민의사가 제대로 반영될 수 있는 선거제도로의 개혁이 필요하다.
또한 유럽 복지 선진국들처럼 시민교육, 정치교육을 더욱 체계화하고 필수화해야 한다. 광주시교육청 이정선 교육감이 정치 참여 교육을 강조하고 다양한 정책을 강구하고 있음은 그나마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