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소원’은 지금도 통일일까! / 탁인석
2023년 06월 13일(화) 19:49
탁인석 칼럼니스트
6월은 6·25에다 현충일이 있는 보훈의 달이다. 또한 보훈처가 국무위원 장관급 보훈부가 되어 대한민국을 지키며 산화한 영령들에 대한 예우를 국가가 더 각별히 하겠다는 의미를 부여했다. 우리는 지금까지 ‘우리의 소원은 통일 꿈에도 그리던 통일, 통일이여 어서 와라’며 통일의 꿈을 키워온 세월이었다. 초등학교 어린 시절이지만 이 노래를 부를 땐 왠지 가슴이 뭉클하고 언젠간 통일을 반드시 이루겠다는 각오 같은 것이 일어나곤 했었다. 지금도 이 노래가 불리는지는 잘 모르겠다.

1950년의 한국전쟁 3년은 수백만 명의 주검과 부상 그리고 천만 이산가족이라는 비극을 만들어냈다. 당시 인구가 3천만 명 정도였으니까 국민의 3분의 1이 이산가족인 셈이다. KBS가 1983년 생방송으로 진행한 이산가족 찾기 열풍은 민족적 호응을 받으며 뜨겁게 달아올랐다. 연일 한 맺힌 사연이 TV를 통해 봇물처럼 쏟아져 나오고 이를 시청하는 국민들은 자신의 슬픔처럼 함께 울었다. 민족적 비극이 만들어낸 현대판 최대 서사시였다. 1965년 신영균, 최무룡 주연의 영화 ‘남과 북’의 주제곡으로 ‘누가 이 사람을 모르시나요’를 이산가족 찾기 현장에서 불렀을 땐 전 국민이 함께 울었다. 이어서 히트한 노래가 설운도의 ‘잃어버린 30년’이었다. 덕분에 설운도는 무명의 설움을 벗고 일약 스타가 됐다. 138일을 생방송으로 진행한 이 프로그램은 유네스코 세계기록 유산으로 등재되는 진기록까지 낳았다.

지금도 통일은 국가적 소원으로 계속되고 있다. 그럼에도 지금의 국민은 통일이 그렇게 절실하지가 않다. 시대가 많이 흘렀고 국력 또한 달라진 탓이다. 대한민국은 비약했고 세계무대에서 우뚝섰다. 한편으로 북한은 우리가 살아가는데 걸림돌이 된다는 국민적 생각이 슬슬 자리를 잡아가는 형국이다. 우리는 수출도 정보화도 언론도 두루 괄목상대하다. 능력만 있으면 인간이 누릴 수 있는 모든 성공을 하루아침에 거머쥘 수도 있다.

어느 날 우리 한반도에 도둑이 든 것처럼 갑자기 통일이 될까. 이는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정치체제라는 게 굳어져 버리면 지속되는 속성이 있다. 국민은 그 자체로는 권력체제를 개조할 수 있는 힘이 없다. 더군다나 사회주의 국가인 북한은 지금으로는 그 어떤 기대마저 불가능하며, 미국과 중국의 패권 틈바구니에서 한반도 통일이 우리의 의지대로 될 턱이 없다. 최악의 경우 한반도에서 대리전을 치르면 치렀지 우리가 바라는 통일이 녹록치 않은 까닭이다. 남과 북은 양쪽의 정치적 셈법이 다른 나라이다. 민영돈 전 육사교장은 ‘북한은 우리의 적’이라고 북방 정책을 비판하다가 옷을 벗었다. 당시 노태우 대통령은 ‘북한은 우리의 적이 아니라 동반자’라고 해 상황의 만회를 노렸었다. 그때 전방의 군인들은 북한이 적이 아닌데 겨울에 동상 걸리고 여름에 모기 뜯기면서 왜 총을 겨누고 싸워야 하는 것인가에 심한 회의를 겪었다고 한다.

오늘의 남한은 BTS와 블랙핑크 음악에 지구촌이 열광하고, 반도체와 휴대전화, 자동차가 불티나게 세계로 세계로 팔려나간다. ‘기생충’, ‘미나리’가 아카데미상을 받았을 땐 덩달아 노래, 드라마, 화장품, 음식 등 ‘K’가 붙은 문화상품이 각광을 받았다. 시점을 같이 하여 보리스 존슨 전 영국총리 등 세계 지도자들은 한국이 가장 성공한 민주 국가 중 하나가 되었다고 치켜세웠다.

식민지 시절 우린 나라를 되찾는데 모든 걸 바쳐야 했다. 전쟁이 났을 땐 조국을 지켜야 했고 굶주렸을 땐 잘 살기 위해 뼈를 깎았고 민주주의를 쟁취한다며 피를 흘렸다. 그 결과 우리는 지금 ‘단군 이래 가장 풍요로운 시대’를 살고 있다. 하드파워와 소프트파워를 합친 우리의 국력은 지금이 절정이고, 이내 하향 곡선을 걱정하고 있다. 인구학 분야 세계적 권위자는 한국의 출산율이 계속 이대로라면 2050년에는 민족 자체가 소멸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풍요의 한국과 위기의 한국은 동시에 존재하며 북한을 챙기면서까지 통일을 이룩할 절실함에 회의를 갖고 있다. 통일신라 이후 1300년간을 한반도 통일이었지만 분단 또한 70여년을 넘어서고 있다. 주적 북한을 두고 감상적 통일에 대한 회의가 커진 까닭이다. 이제 통일의 추진은 외교 전략이 우선해야 한다. 통일신라 이전에는 삼국시대였고 지금의 이국시대 한반도를 지혜롭게 유지하자는 의미가 그것이다. 시민들에게 통일이 좋을까를 물어보면 별무관심이라는 시큰둥한 반응이다. 2022년 우리의 GDP가 북한의 58배가 그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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