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 소울푸드 홍어 식문화 유네스코 등재 정당성

2023년 06월 14일(수) 20:07

신안 흑산도는 홍어 집산지로, 나주 영산포는 삭힌(숙성) 홍어의 본고장이다. 조선 중종 25년 ‘신증동국여지승람’에 따르면 고려말 남해안 지역 왜구의 노략질로 흑산도 인근 영산도 어민들이 영산포로 피난을 오게 됐다. 당시에 뱃길로 보름 정도 걸려 부패가 심했는데 항아리 속에서 폭 삭은 홍어 만큼은 뒤탈이 없는 데다 알싸한 풍미가 있었다.

홍어를 매개로 남다른 인연이 있는 나주시와 신안군은 역사적 전통성과 독창적인 식문화 계승에 앞장서 왔다. 나주는 19회째, 신안은 9회째 각각 축제를 개최하며 남도를 넘어 전국으로 음식 대중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양 시·군이 한 걸음 더 나아가 세계화를 추진한다. 홍어 식문화 유네스코 인류유형문화재 등록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한 것이다. 홍어의 역사적·학술적 조사 및 자료 공유, 국가무형문화재 지정 신청 등에 협력하고 유네스코 유산 등재를 위해 힘을 모으게 된다.

유구한 세월 계승해온 식문화를 지구촌으로 확산하는 출발선에 섰다. 의미가 크다. 홍어는 가장 향토적이면서도 지역 문화를 잘 대변하는 우리나라 대표 수산물로, 수심이 깊고 뻘이 많아 알을 낳고 서식하기에 좋은 흑산도 해상에서 자란 것을 최고로 친다. 육질이 찰지고 부드러우며 유일하게 삭혀서 먹는 생선이다. 특히 삶은 돼지고기와 묵은 김치를 얹고 막걸리에 곁들이는 삼합은 별미 중의 별미다.

‘코가 뻥 뚫리는’ 자타공인 일품의 맛으로, 귀한 몸값을 자랑한다. ‘홍어가 없는 잔치는 잔치가 아니다’고 할 정도로 관혼상제에 결코 빠지지 않았다. 그래서일까. 홍어잡이는 오랜 시간에 걸쳐 형성된 유·무형 자산을 보전하고 관리하기 위한 국가 중요 어업유산에도 지정됐다. 영산포에서는 예부터 항아리에 돌을 깔고 재우는데 중간중간 볏짚과 솔잎을 번갈아 넣고 밀봉해 보관하는 특별한 기술이 이어지고 있다.

홍어 식문화의 고유한 가치가 후대에 계속 전승돼야 한다. 남도 문화의 본류를 알리고 자긍심을 높일 수 있기를 바란다. 전라도의 정체성이 깃든 ‘소울푸드’가 세계인의 밥상에 조만간 오를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