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는 것’과 ‘보여지는 것’…꽃, 심상의 풍경을 담다 전남도립미술관 ‘영원, 낭만, 꽃’ 전시 리뷰 총 5개 주제…인간 전 생애 함께한 ‘꽃의 도상’ 탐색 프랑스 모빌리에 나시오날, 해남 대흥사 소장품 등 시·공간 초월 삶의 다양한 이야기 담은 작품들 선봬 최명진 기자

2023년 06월 19일(월) 19:57

다양한 꽃의 도상을 탐색할 수 있는 전남도립미술관 전시 ‘영원, 낭만, 꽃’이 오는 11월5일까지 열린다. 사진은 5전시실 전경. /최명진 기자

아름다움의 대명사로 꼽히는 꽃. 그 이면 뒤에 감춰진 수많은 이야기들이 전시로 펼쳐졌다.

지난 15일 찾은 전남도립미술관 기획전 ‘영원, 낭만, 꽃’전에서는 오래 전부터 인간 전 생애를 함께 해왔던 꽃의 다양한 도상을 만나볼 수 있었다.

‘꽃 무늬’는 동서양, 시대를 막론하고 널리 사랑을 받아왔다. 집안의 평화와 강녕을 바라는 민속품부터 왕좌 뒤 걸린 화려한 실내 장식품, 삶의 영원을 바라는 불화에 이르기까지 꽃은 언제나 우리 인간과 함께였다.

이번 전시는 모두 5개 섹션으로 구성됐다. 꽃에 비춰본 인간 삶을 나타낸 총 70여점의 작품을 마주할 수 있는 대규모전이다.

진흙 속 뿌리를 내리고 꽃을 피우는 연꽃을 모티브로 한 1전시실은 ‘연화화생, 재생의 염원’을 주제로 한다. 이 공간에서는 대흥사 소장품이자 전남도유형문화재 제179호인 초의선사의 ‘관음보살도’, ‘준제보살도’를 만날 수 있다. 대흥사 외부에서 처음으로 선보이는 작품들로, 연꽃 도상을 통해 죽음 이후 삶에 담겨있던 사람들의 염원을 드러낸다.

제2전시실은 인간이 태어나서 삶을 마감할 때까지 언제나 꽃이 있었음을 돌아보게 하는 섹션이다. 우리 삶 깊숙이 들어와 있는 꽃의 도상을 공예품과 태피스트리 등 여러가지 물품을 통해 만나본다. 아기가 신는 타래버선과 꽃신, 복을 불러들인다는 귀주머니, 모란도, 화조도 병풍 등 실생활에서 사용된 민속품들이 국립민속박물관과 서울공예박물관 협조로 전시된다.

프랑스 왕립 공방 중 하나인 사본느리의 꽃 테피스트리 작품도 함께 걸린다.

옛 장식예술품에서부터 현대회화에 이르기까지 시대를 달리하며 수용되는 꽃의 이미지를 담아낸 3전시실에서는 프랑스 모빌리에 나시오날 작품들을 눈여겨보면 된다.

모빌리에 나시오날은 루이 14세 이후 재건된 가구 및 장식예술박물관으로 13만여점의 컬렉션을 보유 중인 국립기관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루이 14세 시대 궁정화가인 샤를 르 브룅의 원작 ‘사계’ 시리즈 중 ‘봄’을 공개한다. 이와 함께 모네 원작 ‘수련’ 태피스트리 2점과 르동의 원화 등 쉽게 만나볼 수 없는 작품들이 눈을 즐겁게 한다.

4전시실은 미디어 작가 제니퍼 스타인캠프 단채널 영상 한 작품으로 구성돼 있다. 수많은 꽃 무더기들이 자유롭게 유영하는 작품 앞에 서 화면을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으면 마치 빨려 들어갈 것만 같은 경험을 할 수 있다. 사진, 회화, 조각, 설치 등 다양한 매체로 접근한 현대미술 작가들의 ‘꽃’ 작품은 5전시실에서 관객들을 기다린다.

미국 사진작가 로버트 메이플소프의 흑백사진 ‘꽃 시리즈’를 포함해 사춘기 딸아이와의 관계에서 비롯된 정희승 작가의 장미 연작, 발끝에서 찰박이는 동전의 청각적인 요소가 돋보이는 박기원 작가 작품 ‘대화’까지. 꽃의 이미지가 다채롭다.

전시를 기획한 이연우 학예사는 “예로부터 인간의 희로애락을 함께해 온 꽃 이미지를 문화재부터 동시대 미술까지 다채롭게 탐색할 수 있는 전시”라며 “아름다움뿐만 아니라 여러가지 의미를 지닌 동시대 ‘꽃’ 작품을 다양한 매체로 만나보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영원, 낭만, 꽃’ 전시는 오는 11월5일까지 이어진다.

/최명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