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정부 ‘공정 수능’ 숙의 공론화가 먼저

2023년 06월 19일(월) 20:13

대통령실과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지난주 윤석열 대통령에게 교육 개혁 관련 업무보고를 한 뒤 언론 브리핑을 통해 “수능 변별력은 갖추되 학교 수업에서 다루지 않는 내용은 출제에서 배제하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수능을 5개월여 앞두고 고3 교실 등 교육 현장이 혼란에 빠졌다. ‘물수능’ 우려 등 설왕설래가 한창이다. 중·상위권은 불과 한 문제로 시험을 망치고 등급이 갈리게 된다며 울상짓고 있다. 수험생들은 어지간히 당황스럽다. 올해 난이도를 가늠할 수 있는 9월 모의평가를 지켜봐야 하겠지만 6월보다 평이해질 가능성이 높다. 6월 모의평가 문항을 문제 삼아 교육부 담당 국장도 교체됐으며, ‘공정 수능’을 위한 기능을 제대로 수행했는지 출제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을 상대로 감사도 예고된 상황이다.

교육 개혁의 일환이라고는 하나 섣불렀다는 비난의 목소리가 나온다. 실질적인 후속 대책을 촉구하고 있다. 지금 수능은 국어·수학·영어·탐구 어떤 과목 하나도 만만치 않고, 쉬우면 쉬운 대로, 어려우면 어려운 대로 논란인 만큼 구체적인 가이드를 마련해야 한다는 요구다.

어떤 경우라도 애꿎은 피해자가 있어선 안 된다. 공교육을 강화해 과도한 사교육비를 줄이자는 취지라면 ‘망국병’ 수준의 사교육 근절 대안부터 제시하는 게 옳다. 적나라한 폐해에 대해 국민적 공감대가 이미 형성돼 있지만 해법 또한 복잡하게 얽힌 상황인 때문이다. 최대한 신중하게 접근해 풀어야 할 민감 사안인 것이다. 앞서 정부는 ‘만 5세 입학’을 추진했다가 철회했던 사실을 곱씹었으면 한다.

올해 시험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출제 방향에 대한 해석이 분분하다. 수능은 진학과 진로를 위해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한다. 해마다 난이도를 둘러싸고 이슈가 되는 이유다. 출제 기조가 일순간 바뀐다면 정말 큰 일이다. 정치권에서 파문이 일고, 여당인 국민의힘 내부도 비판이 불거지고 있다. 필요한 개혁이라면 이해 상충에는 숙의과정, 공론화가 선행돼야 한다. 아이들의 미래가 걸렸다. ‘백년대계’임을 명심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