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치유 IN NATURE’ 를 꿈꾸며 / 박은경

2023년 06월 19일(월) 20:13

박은경 광주숭일고등학교 상담실장

자연친화적인 삶보다 문화친화적인 삶을 추구한다고 자평하는 내가 요즘은 꽃을 만나면 나도 모르게 꽃사진을 찍고 있다. 채널을 돌리다가 ‘나는 자연인이다’라는 프로그램을 우연히 접하게 되면 과거에는 그 프로그램을 누가 보나 의아해하며 채널을 돌리곤 했는데 언제부터인가 나도 그 프로그램을 찾아서 보고 있다. 그런 나를 보며 ‘사람은 평생 늘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지만 자연이 주는 회복의 힘은 나이가 들면서야 깨닫게 되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작년부터 학교에서 진행되는 ‘학교자율 교육회복’ 프로그램은 단위학교 여건에 따라 학생 개개인에 대한 맞춤형 종합 지원을 강화하고 심리 정서, 사회성 등의 회복을 추진함으로써 안전하고 행복한 학교 교육으로의 궁극적 회복을 목표로 한다. 또한 교내·외 체험활동, 사제동행활동, 또래활동, 건강증진활동, 교직원 회복활동 등 학교 자율적 프로그램 운영을 통한 교육공동체의 회복과 성장을 지향한다. 올해는 어떤 프로그램을 진행할까 고민하다가 자연을 접하며 받는 위로와 편안함을 느끼게 되면서 원예 치료 활동을 계획하게 됐다.

원예치료란 심리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이 정원 가꾸기나 식물 재배, 꽃과 식물을 이용한 작업을 통해 성취감과 자신감을 경험하며 꽃과 식물을 만지고 향기를 맡으며 심신의 회복을 추구하는 활동을 하는 것을 의미한다. 손기철 외(2006)은 원예치료의 특성에 대해 생명을 매개체로 해 식물의 변화하는 모습을 통해 식물과의 교감을 갖게 되며 식물을 통해 오감을 자극받을 수 있다고 했다. 또한 원예치료는 ‘창조적 파괴’가 가능한데 이는 장식물을 만드는 과정에서 식물을 자르고 꽃과 열매를 따는 등 생명을 파괴하는 행위를 하지만 그 행위가 단순히 생명을 파괴하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꽃, 누름꽃, 열매 등을 이용해 다양한 창작품을 만들며 파괴를 파괴가 아닌 예술로 승화시킨다고 했다. 이번 학교자율 교육회복 프로그램에서 진행했던 옹기 수반 정원꾸미기를 할 때 작은 나무들을 소분하고 화분의 깊이에 맞게 나무들의 뿌리를 짧게 자르고 불필요한 잎들을 제거하면서 인간이 인간의 욕구대로 식물을 함부로 재단하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에 마음이 불편했다. 하지만 옹기 수반에 식물들을 심고 아름답게 작은 정원이 만들어진 것을 보며 ‘아 ~ 파괴로 보이는 파괴가 사실은 파괴가 아닌 예술로 승화된다는 것이 이런 의미이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Mattson(1997)은 정원 활동이 상당한 운동 효과가 있으며, 다이어트와 체중조절에 도움이 되고 적절한 원예 활동(정원 가꾸기, 꽃꽂이 등)들이 감정 완화에 매우 효과적이라고 하였다. 또한 원예 활동은 신체 기능을 향상시킬 수 있는 부작용 없는 운동 중의 하나이며, 활동 후속으로 발생하는 생산물을 통해 자긍심과 만족감을 느끼게 되고 주변 사람들과 생산물을 나눔으로써 사회적 연대감을 형성한다고 했다. 나 역시 옹기 수반 안에 녹색의 식물과 검정색의 숯이 어울리도록 만들기 위해 열심히 식물을 심고 이러저리 모양을 확인하고 더 예쁜 방향을 찾으려다 보니 몸을 움직이지 않을 수 없었다. 또한 함께 원예 활동을 하는 선생님들과 의견을 나누고 서로의 작업 활동을 돌보며 격려하고 칭찬하며 동료 교사들과의 관계 역시 돈독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완성된 옹기 수반 정원들을 확인해 보니 내 작품보다 더 멋지고 아름다운 것들이 많았지만, 많은 시간 고민하고 노력하며 만든 ‘나만의 정원’이기에 내 옹기 수반 정원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반려식물이 돼 있었다.

코로나19로 지난 3년 동안 대면으로 하는 집단 프로그램을 계획하기가 조심스러웠는데 이번 프로그램 활동을 통해 동료 교사들과 함께 작업하면서 공동체 안에서 상호작용하는 유의미한 경험을 할 수 있어서 기뻤다. 앞으로도 다양한 활동을 통해 행정업무와 수업으로 지친 교직원의 마음을 격려하며 자연 속에서의 작은 쉼표를 제공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