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후 우리아이 아프면…‘상급병원도 답 없다’ [소아청소년과 현재&미래](하)3차병원의 위기 ‘소득 적고 리스크 커’ 외면…광주 전공의 12명 불과해 정부, 전국 9곳 땜질식 지원…“현장 체감 안정책 절실” 오복 기자

2023년 06월 21일(수) 21:17

사진=연합뉴스

소아청소년과의 진짜 위기는 3차병원에서 일어난다.

대부분 소아 환자들의 질병은 1-2차 병원을 거쳐 해결되지만, 중증도 이상의 질환·수술의 경우 3차병원으로 전원돼 전임의(분과전문의) 이상의 의료진에게 치료받아야 한다.

하지만 현재와 같이 전공의 지원이 대폭 줄고 있는 상황 속에서 전임의로 3차병원에 남아 연구·수련하려는 전문의는 심각하게 드물다.

이에 현재 교수진 이외 소아 혈액종양과, 심장내과 등 다양한 전문 분야는 대체 인력이 없는 상태에 놓여 있다.

21일 기준 광주지역 3차병원 소아청소년과 전공의는 전남대병원 6명, 조선대병원 3명, 광주기독병원 3명에 불과하다. 전남대병원은 올해 2명을 충원했지만 나머지 병원들은 지원자가 전무했다.

때문에 불과 10년 후면 필수의료의 중증도 치료가 지역에서 불가능해 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개원했을 시와 비교해 절반에 미치지 못하는 소득과 야간 당직, 중환자의 생명에 대한 부담감 등에 의해 전문의가 된 직후 3차병원을 떠나는 의료진이 대다수다.

특히 전공의들이 과를 선택할 때 생명과 관련된 리스크가 큰 과를 기피하는 현상이 도드라져 소아청소년과 같은 필수의료과는 외면받기 일쑤다.

현재 미숙아나 중환자실의 신생아를 돌보는 일, 소아 응급실 병동, 산부인과와 동시에 당직을 서야 하는 시스템 등은 전공의 외면 현상을 심화 시킨다.

3차병원에서는 주간과 야간을 가리지 않고 전공의 3-8명이 주 60-80시간씩 일하면서 버티기 힘든 시스템으로 돌아가고 있다.

문제는 이런 전공의의 부재가 지역 병원을 위축시키고 도태되게 만들고 있다는 점이다.

조영국 조선대학교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최근 사례를 들어 지역 병원에서 가능한 수술도 수도권으로 보내야만 하는 안타까운 경험을 토로했다.

소아 심장 전문의인 조 교수는 “최근 심장 풍선성형술이 필요한 소아 환자가 찾아왔지만 수술이 가능한 집도의를 제외하고 4명의 전공의들이 모두 신생아실, 응급실, 야간당직 등으로 백업이 전혀 불가능해 수술 후 케어와 혹시 모를 리스크를 감안해 수도권으로 전원했다”며 “전공의 부족으로 집도하지 못하고 중증도 수술을 수도권으로 보내야 하는 상황은 지역 병원을 위축시킨다”고 말했다.

정부는 전공의 기피 현상 타개를 위해 이미 소아청소년과의 수가를 조정했다. 1.3배로 조정된 수가에 의해 30% 가산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상황이 나아지지 않자 올해는 50% 가산을 제시했다.

하지만 소아청소년과는 수가 의료체계 안에서는 수익을 내기 힘든 구조여서 어려움이 해결될지는 미지수라는 게 의료계의 의견이다.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항목이 여간해서 없을 뿐더러 신생아 등 소아 1명당 여러명의 인력이 따라 붙어야 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또 다른 필수의료 구조 해법으로 보건복지부를 통해 전국 9개 지역 병원을 선정, 중증 소아 진료과정에서 발생한 의료 손실을 전부 보상하는 ‘어린이 공공전문진료센터 사후보상 시범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광주·전남에서는 전남대병원이 선정돼 2025년까지 3년간 중증 소아를 진료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의료 손실을 최대 100% 보상받게 된다.

조 교수는 “수가로만 수익 창출을 하기 어려운 필수의료에 대해 정부 차원의 ‘현장 체감’ 정책이 절실하다” 강조했다.

/오복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