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는 존재, 새롭게 기억하다 ● 지구발전오라 ‘그대의 세계는 안녕하신가요’展 들불야학 활동지 보존 광천시민아파트 가상공간 구축 발산마을 역사문화박물관서 8월1일 실물전시도 선봬 최명진 기자

2023년 06월 22일(목) 20:03

‘광천시민아파트’ 실제 모습(사진 上)과 메타버스 속 ‘광천시민아파트’ 모습 <지구발전오라 제공>

우리 주변의 역사적인 장소, 지역에서 사라지거나 사라질 장소를 탐색해 또 하나의 공간에 ‘존재’시키는 전시가 마련됐다.

지역 청년예술가단체 ‘지구발전오라’의 메타버스 전시 ‘그대의 세계는 안녕하신가요!’가 온·오프라인에서 펼쳐진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현실 속 많은 것들이 가상으로 옮겨졌고, 가상 활동은 더 빠르고 치밀하게 삶의 일부가 됐다.

3년여 팬데믹 기간동안 비대면과 가상세계는 큰 화두로 떠올랐으며, 우리 삶은 실제 현실과 똑같은 가상세계에서 사회, 경제, 문화적 활동을 하며 상호작용하고 있다. 하지만 또 하나의 현실 세계, 메타버스에 열광하는 동안 우리는 ‘인간’과 현실에 ‘존재’하는 것들에 대해 망각하며 지내왔다.

지구발전오라는 지난해 ‘방직공장’을 기념화한 메타버스 전시 ‘사라지는 흔적이 픽셀화 될 때’에 이어 ‘광천시민아파트’를 재해석한 가상공간 전시를 선보인다.

1970년 광주 최초 연립아파트인 광천시민아파트는 들불야학 활동지로 수많은 민주화 열사들의 이야기가 ‘존재’하는 5·18 주요 사적지다.

민중언론 ‘투사회보’가 제작되기도 했던 이곳은 시간이 흐르면서 입주민들이 하나둘 떠나기 시작했고, 역사적 가치는 상실된 채 도심 속 허름한 모습으로 남아있다.

우리 곁에 ‘존재’하며 역사적 가치를 계속 되새겨야 하는 장소는 철거 위기를 맞이했고, 가·나·다 세 개 동 중 ‘나’동의 보존이 결정됐다.

이번 전시는 역사적으로 사라질 ‘존재’에 대한 기억을 복기하고, 가상공간에 영속성 있는 장소로 남기는 작업이다.

메타버스 ‘제페토(ZEPETO)’에 접속하면 현실 세계 모습과 거의 흡사한 광천시민아파트 일부를 만나볼 수 있다. 또 언제 어디서나 역사적 공간에 방문해 전시를 관람하고 음성 대화를 나눌 수 있다.

전시에는 강미미, 박인선, 이선희, 임현채 총 4명의 지역 작가들이 참여한다. 이들은 ‘광천시민아파트’라는 장소의 상징성과 사라지거나 혹은 남아있는 ‘존재’들에 대한 기억을 새롭게 해석, 기념화하는 작품을 선보인다.

지구발전오라 관계자는 “이번 전시를 통해 관람객들이 보존의 의미와 가치에 대해 생각해보고 서로의 존재 여부에 대해 안부를 물을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한편, 온라인 전시는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 맵을 통해 만나볼 수 있으며, 오프라인 전시는 오는 8월1일 발산마을 역사문화박물관에서 문을 열 예정이다.

/최명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