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성태 역사가, ‘다시, 남도의 기억을 걷다’ 출간 ●남도가 품은 역사와 인물 이야기 선사부터 현재까지…남도 역사·인물·사건 소개 지역에 깃든 민초 삶, 남도 영웅들의 자취 담았다 최명진 기자

2023년 06월 25일(일) 19:37

국립5·18민주묘지 <도서출판 살림터 제공>

흔히 남도 정신은 ‘정의로움’, ‘항일’, ‘독립’, ‘민주화’라는 말로 집약된다. 어느 지역보다 당시의 시대정신인 이런 가치들을 앞장서 실천한 흔적들이 조금 더 두껍게 축적된 결과다. 이런 가운데 남도인과 남도 문화의 참모습을 담아낸 책이 발간돼 눈길을 끈다.
노성태 남도역사연구원장의 ‘다시, 남도의 기억을 걷다’(살림터刊)이다.

남도, 광주를 포함한 전라남도라는 말이 일반인에게 친숙해진 것은 언제부터, 왜일까. 관점에 따라 여러 가지로 말할 수 있겠지만, 역시 1990년대 중반부터 일기 시작한 답사 여행 붐의 영향으로 생각해볼 수 있다.

인물과 사건 및 관련 유적 답사를 통해 미처 몰랐던 역사의 날줄과 씨줄이 엮여간 자취를 알아가는 과정은 앎 이상의 깨달음을 주고, 이면에 담긴 진실을 통해 진한 감동을 느끼게 한다.

정도의 차이가 있긴 하지만, 어디서나 이런 체험은 옷깃을 여미게 하며 삶에서 정말 소중한 것과 잃어서는 안 되는 것이 무엇인지 곱씹어보게 한다.

그런데 유독 ‘남도’에서 느끼는 그것이 뭔가 결이 다르고 폭과 깊이가 다르게 느껴진다.

이 책은 남도 답사에 대한 ‘또 다른 안내서’가 아니다. 한 세대가 넘는 세월을 역사교사로서 학생들을 가르쳤고 지역의 대중 역사가로 활동하고 있는 저자는 오랫동안 많은 역사 현장을 누비며 자료를 정리하고, 의미 있는 현장들을 사진에 담았다. 남도가 품은 역사적 사건과 인물·문화유산을 많은 지면과 매체를 통해 이야기하고 책도 여러 권을 냈다.

저자는 그런 작업들이 남도의 역사를 정리하는 데 늘 부족함을 느꼈다. 많은 역사적 사실과 유적들이 켜켜이 쌓여 간 ‘문화원형의 보물창고’를 열어 가면서 그는 ‘남도인 고유의 문화와 정체성’을 밝히는 데 힘을 기울였다.

이 책은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시대순으로 네 장으로 나눠졌다. 제1장은 선사시대부터 고려 시대까지, 제2장은 조선시대, 제3장은 근대, 제4장은 일제강점기부터 현재까지의 역사와 인물, 사건 등을 다룬다.

책 속 총 50꼭지 제목들을 눈여겨보면, 인물 외의 요소들이 상당한 비중을 차지함을 알 수 있다. 비교적 알려진 유적(지)을 비롯해 지역 이름, 마을 이름, 단체 이름 등이 등장한다. 이런 인물의 행적은 인물 중심으로 소개하는 글과는 다가오는 바가 조금 다르게 느껴진다. 역사의 흐름이 급물살을 타는 곳마다 지역에 깃든 민초들의 삶의 체취가 강하게 다가오기 때문이다.

또 책에서는 최지몽, 황대중, 정걸, 황준성, 나월환, 김범수, 장석천, 이금주, 윤학자 등 잘 알려지지 않은 남도의 영웅들을 소개한다. 그 가운데 생전의 신산한 삶의 자취를 간직하고 말해주는 바가 제대로 갈무리 돼있지 않은 이들이 있는데, 이들에 대한 도리를 다하기 위해 지혜가 모아져야 함을 저자는 강조한다.

저자는 “남도의 역사 현장은 어디나 뜨겁고, 감동이며, 당당함이 묻어있다. 이 책이 남도인이 남긴 뜨거운 역사를 이해하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된다면 좋겠다”고 밝혔다.

청해진 전진 기지 ‘장도’

/최명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