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통 ‘판소리’ 형식 빌려 삶과 공간 성찰” 니콜라 부리오 제15회 광주비엔날레 예술감독 주제 발표 최명진 기자 |
| 2023년 06월 26일(월) 19:5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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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창설 30주년을 맞이해 열리는 광주비엔날레 주제가 ‘판소리 - 21세기 사운드스케이프’로 정해졌다.
(재)광주비엔날레는 지난 25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내년 9월 예정된 제15회 광주비엔날레 주제와 방향성에 대해 설명하는 시간을 가졌다.
니콜라 부리오 제15회 광주비엔날레 예술감독은 “한국 전통 음악 형식인 ‘판소리’를 통해 인류의 보편적 과제인 ‘공간’을 탐구하고자 한다”며 “각 지역 땅과 공간에 대한 목소리를 대변하는 음악 장르라는 점에서 큰 흥미를 끌었다”고 설명했다.
일상 공간 속 여러 사람이 모인 곳에서 부르는 소리인 ‘판소리’는 지역성과 세계성을 아우르는 실험적인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부리오 감독은 “민중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판소리’는 다가올 제15회 광주비엔날레의 연대적인 특성과도 관련이 있다”며 “동시대 가장 주목받는 작가들부터 일반 시민까지 모두가 함께하는 축제의 장이 될 것이다”고 밝혔다.
이번 전시는 새로운 공간적 조건과 인류세 현상을 반영하는 작품들로 채워질 예정이다. 우리가 사는 공간은 음악적인 요소로 표현되며, 한국의 특정한 지역색을 반영한 다양한 리듬도 함께 등장한다.
또 이러한 일상적인 공간 개념은 페미니즘과 탈식민 등 사회적 이슈로도 뻗어나간다. ‘안전한 공간’의 필요성이나 원주민에게 할당된 보호구역 등 사회정치학적 담론에서 공간 배분 문제 등을 이야기할 수 있는 장이다.
부리오 감독은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나 홍수, 사막화, 지구온난화 등 기후변화는 인류와 공간의 관계를 몇 년 사이 급격하게 변화시켰다”며 “공간에 대해 달라진 우리의 감각과 지각에 대한 심도 깊은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고 밝혔다.
전시는 크게 3개 섹션으로 구성된다.
먼저, ‘라르센 효과(Larsen effect)’다. 두 개의 마이크가 서로 가까운 곳에 있을 때 시끄러운 소리를 내는 것처럼, 공간 부족으로 발생하는 난잡한 소음을 의미하는 섹션이다. 인간 활동으로 포화상태가 된 지구, 인간과 생물종들 간의 관계에 대해 다룬다.
다음은 서로 다른 존재의 집합을 의미하는 ‘폴리포니(Polyphony)’ 섹션이다. 다양한 소리가 모이는 다성음악과 같이 인류 뿐만 아니라 살아있는 생물 존재를 모두 포함하는 작품들을 선보일 예정이다.
마지막으로 무한 공간에 대한 탐구가 이뤄지는 ‘태초의 소리(Primordial sound)’다. 불교의 ‘옴’이나 중국의 ‘치’, 빅뱅의 첫번째 소음 등이 그 예시인데, 이번 섹션에서 예술가들은 분자부터 우주까지 광범위한 세계를 관찰함으로써 그들만의 ‘거리’를 발견한다.
전시 주제가 ‘음악’에서 출발하는 만큼 전시장에서는 다양한 소리를 만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각 전시장을 잇는 복도나 공간에 맞는 음악이 작품과 함께 어우러지며 관객들에게 마치 한 편의 영화를 보는 것 같은 몰입감을 선사한다.
비엔날레 본관 전시와 함께 광주 곳곳에서도 소리와 시각 요소를 혼합한 다채로운 전시가 펼쳐진다. 카페, 공공장소, 공원, 대안 예술 공간, 상점 등 다양한 장소에서 ‘울림’을 주제로 한 음향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부리오 감독은 “공간이라는 개념은 우리 모두에게 공통적이면서도 상대적인 특징을 지니고 있다. 현대미술 전시에서 이러한 공간 문제가 다뤄진 적은 거의 없었다”며 “결국 이는 집단과 개인 모두와도 연관돼 있다. 제15회 광주비엔날레에서는 사회적 삶과 시공간을 재창조할 수 있는 예술 공간을 만나볼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최명진 기자
최명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