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멘트 값 또 인상…지역 건설·레미콘업 반발 쌍용·성신 작년 30% 이어 내달 14%대 가격 인상 예고 28일 광주 주택건설協·레미콘協 간담회…반대 표명 양시원 기자

2023년 06월 26일(월) 20:34

사진=연합뉴스

다음달 예고된 국내 시멘트업계의 가격 인상을 앞두고 주 수요처인 건설·레미콘업계의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시멘트업계는 전기요금 상승 등을 명분으로 제시했지만 건설·레미콘업계는 급격한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유연탄 값을 지적하며 반발하고 있다.

이에 광주에서도 이례적으로 건설업계와 레미콘업계가 손잡고 시멘트 가격 인상 반대를 위한 공동 행동에 나설 계획을 밝혀 귀추가 주목된다.

26일 지역 건설업계에 따르면 대한주택건설협회 광주전남도회와 광주전남레미콘공업협동조합, 전남남부레미콘사업협동조합, 전남동부레미콘사업협동조합 등 4개 단체는 오는 28일 시멘트 가격 인상 반대 간담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간담회에서는 시멘트 사의 일방적인 가격 인상에 따른 업계의 어려움과 반대의견 표명 등이 안건으로 예정됐다. 주된 목적은 가격 인상 반대를 위한 공동 목소리를 내는 데 있다.

공사 자재 공급처와 수요처로 항상 단가를 두고 대립해오던 이들 단체의 연대는 처음이다. 부동산 경기 침체 로 위축된 건설 경기에 연이은 시멘트 가격 인상이 건설업계 전반의 어려움에 불을 지필 것이라는 데 공감대를 형성, 공동 대응에 나서게 된 것이다.

앞서 쌍용 C&E와 성신양회는 7월1일부터 시멘트 가격을 각각 14.1%·14.3%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유연탄 등 원자재 가격 상승을 이유로 두 차례에 걸쳐 30%를 올린 데 이어 올해 또다시 가격 인상을 예고한 것이다.

한일시멘트·아세아시멘트 등 나머지 주요 시멘트 업체들의 인상계획은 발표되지 않았지만, 기존 사례로 봤을 때 나머지 업체 또한 줄줄이 가격을 올릴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시멘트 업계의 가격 인상 명분은 누적된 적자 속 치솟은 전기요금과 친환경 전환에 따른 설비 비용 등이다.

한국전력공사는 산업용 전기료를 지난해 12.5% 인상한 데 이어 올 들어서도 1분기 9.5%, 2분기 5.3% 연이어 올렸다. 지난해부터의 누적 인상률은 40%에 달한다. 전기료는 시멘트 제조원가의 20%를 차지한다.

이와 함께 시멘트사들은 시멘트 원가의 40%를 차지하는 유연탄 값이 지난해 높은 수준을 보인 데 따른 적자 누적과 환경규제 강화로 인한 설비투자금 증가 등으로 녹록치 않은 경영 여건 또한 인상의 이유로 꼽고 있다.

그러나 이를 바라보는 건설·레미콘업계의 시선은 싸늘하기만 하다. 시멘트업계 상황을 일부 감안한다 해도 명분이 충분치 않다는 것이다.

특히 유연탄 값의 경우 최근 큰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국내 업체들이 주로 수입하는 호주 뉴캐슬탄(6천㎉ 기준) 가격은 지난해 상반기 톤당 약 345달러에서 최고 400달러에 육박했으나, 올 들어 150-160달러선까지 내려왔다. 2021년 7월 이후 최저 수준이다.

정부 또한 시멘트 가격 인상이 공사비 갈등, 분양가 상승, 공사 지연 등 시민과 건설업계에 미칠 부담을 고려해 제동을 걸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23일 주영준 산업부 산업정책실장 주재로 한국생산성본부에서 쌍용 C&E 등 7개 시멘트 생산업체와 한국시멘트협회가 참석한 ‘시멘트 업계 간담회’를 열었다.

간담회에서 주 실장은 “업계의 경영 여건이 어려운 상황이지만 유연탄과 전기료 등 각종 비용의 변동 사항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해야 한다”며 “향후 원만한 가격 협상이 이뤄질 수 있도록 업계의 관심을 부탁한다”고 말한 바 있다.

대한주택건설협회 광주전남도회 관계자는 “공사 자재 단가를 놓고 대립하던 레미콘업계와 건설업계가 이렇게 공동 대응에 나서는 건 처음이다”며 “건설 경기 부진에 관련 업체들이 낭떠러지에 떠밀려지고 있는 상황 속 시멘트 사의 고통 분담 차원의 배려가 절실히 요구된다”고 말했다.

/양시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