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막히고 덮힌’ 빗물받이에 침수피해 우려 잡풀·쓰레기 등 수북…악취·벌레 이유 인위적으로 덮기도 장마철 돌입 속 집중호우땐 위험…지자체 “인력 부족 애로” 안태호 기자

2023년 06월 26일(월) 20:45

26일 오후 광주 동구 금동 전남대병원 인근 빗물받이 내부가 흙과 이끼, 담배꽁초로 가득 차 있다.(사진 上) 같은 날 오후 동구 동명동 인근 주택가가 밀집한 이곳의 빗물받이는 고무 장판 조각으로 덮여 있다./안태호 기자

전국이 장마권에 들어선 가운데 광주 도심 곳곳의 빗물받이가 수북이 자란 잡풀 등에 막혀있거나 인위적으로 덮개가 씌워져 있어 침수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26일 광주 자치구 등에 따르면 빗물받이는 비가 내릴 시 도로 측면의 배수구를 통해 우수 또는 노면 세척수를 하수도에 유입시켜 주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하지만 장마가 시작됐음에도 광주 도심 일부 빗물받이는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날 오전 광주 동구 동명동 인근. 식당과 주택가가 밀집한 이곳의 빗물받이는 보슬비가 내리는 와중에도 위에 고무 장판 조각, 자동차 발판 등으로 덮여 있었다.

덮개를 들춰본 빗물받이는 쓰레기와 꽁초가 가득했고, 인근 도로의 빗물받이들도 마찬가지로 잡초와 낙엽 등이 가득해 빗물 등을 흘려보내기 어려운 상태였다.

인근에 거주한다는 이보문(27)씨는 “유동인구가 많은 장소인데 주변에 쓰레기통이 없다 보니 담배꽁초나 쓰레기를 빗물받이에 버리는 것 같다”며 “한 명이 버리기 시작하면 다른 사람들도 아무렇지 않게 이어 버려 쓰레기가 쌓이다 보니 상점에서 막아버린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같은 날 오후 광주 북구 전철우 사거리의 상황도 비슷했다.

술집과 카페 앞에 있는 빗물받이는 설치된 지 오래돼 보였고, 흙과 이끼 등 온갖 이물질로 구멍이 막혀 빗물이 제대로 빠져나가지 못해 물이 고여있었다.

이곳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강모(41)씨는 “여름철 하수구에서 올라오는 악취와 벌레, 행인들이 버리고 가는 쓰레기 때문에 빗물받이를 막아뒀다”며 “집중호우 문자나 비가 많이 올 것 같으면 덮개를 치운다”고 설명했다.

이렇듯 광주 도심 도로 곳곳의 빗물받이가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할 경우 집중호우 시 침수 피해가 커질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이를 관리·보수해야 하는 행정 당국은 ‘즉각 조치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일선 자치구 관계자는 “호우 등 재난에 대비해 불법 덮개 근절을 위해 상인들을 대상으로 자율방재단을 운영, 홍보하고 있다”며 “인력이 부족해 침수 취약지역 위주를 먼저 진행하다 보니 조치가 늦어지는 구간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악취와 벌레를 해결하기 위한 근본적인 해결책은 배수관 교체이나, 시간도 오래 걸리고 예산도 많이 들어 어려움이 있다”며 “시민들의 불편 해결을 위해 ‘자동 빗물 덮개’도 설치하고 있어 이른 시일 내 필요한 곳부터 작업을 진행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안태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