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전사 김상집 첫 개인전, 내달 5일까지 광주 메이홀 그날, 그 자리…‘박제된 기억’을 ‘기록’하다 5·18과 6·10 역사 현장의 진실, 간절한 민주주의 염원 ‘한없이 또렷한, 생생하고 쟁쟁한 그 날의 얘기’ 담아내 최명진 기자

2023년 06월 28일(수) 19:37

김상집 작가

1980년 5월 광주민중항쟁 기간 동안 도청을 지킨 전사 김상집. 그의 또렷한 사실적 시선과 장쾌한 그림 여정을 돌아보는 전시가 마련됐다.

다음달 5일까지 동구 대안공간 광주정신 메이홀에서 펼쳐지는 ‘오월전사 김상집의 한없이 또렷한 기억’전이다.

작가는 지난 2년간 최후의 항쟁 연작 시리즈 ‘궐기’를 그려왔고 최근 완성했다. 또 지난 6년동안 그려온 작가의 모든 민주화 운동기 기록화는 우리 광주의 역사적 자산이 되고도 남는다.

이번 전시는 오월 광주정신을 계승하며 오랜날 6·10항쟁의 광주 현장을 목도하고 참여해온 작가의 치열한 인생 서사가 지어낸 우리 광주공동체의 간절한 민주주의의 염원이다.

김 작가는 취미 삼아 그림을 그리기 위함이 아니라 역사 현장을 생생하게 기록하기 위해 붓을 들었다.

처음엔 화가에게 의뢰해 기록화를 남기고자 구술 준비를 하다가 이후 스스로 미술공부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는 2017년 오광섭 화백에게 본격적으로 사사를 받기 시작했다.

그의 작품은 사실화적 기법, 연마한 유화의 음영 테크닉이 돋보인다.

강용주의 사진을 든 어머니 조분순 여사, 환하게 웃는 김경남 목사, 정동년 선생 초상화, 말을 탄 외할머니, 도청에서의 결사항전을 각오하는 회의, 무진교회를 배경으로 한 강신석 목사와 강혜영 사모의 모습이 그림으로 펼쳐진다.

‘궐기대회’

‘결사항전’

비스듬히 미소를 띤 나광채 선생, 짙은 감색 한복 차림의 주형심 선생, 피흘리는 윤상원을 그린 최후의 항전, 김동원 교수, 누이 김상님, 벚꽃나무 아래서 웃음을 머금은 나선초·민태순 부부 등 그림의 주인공들은 다채롭다.

또 그의 그림엔 수많은 광주 시민들과 가족들, 최후항쟁의 날 도청 안에 있던 주인공들, 윤상원을 비롯한 최후의 전사들이 속속 나온다.

이후 6월 민중항쟁에 이르러선 조비오 신부, 지선스님, 윤기석 목사, 김재영 신부, 조아라 회장, 문정식 목사, 김경식 목사, 명노근 교수, 진관스님, 법성스님, 변남주 목사, 남재희 신부, 문병란 시인, 김승남 전남대총학 회장, 조이권 전남대 선봉대장 등이 함성소리 가득한 광장의 얼굴로 등장한다.

역사적 기록이니 만큼 두툼한 전시 도록이 제작됐으며, 신경구 전남대 명예교수의 영문번역도 첨가됐다.

임의진 메이홀 관장은 “그의 그림 속 주인공들은 누구 하나 눈 감지 않고 현대사를 곡진히 살아냈다. 마치 불끈 쥔 주먹과 같은 염원의 붓질은 오늘 우리의 감은 눈과 잠든 심장을 깨우고도 남는다”며 “여러 지인들의 도움을 받아 마련한 이번 전시는 광주공동체의 사랑과 진실의 확인이며 전진”이라고 밝혔다.

한편, 김상집 작가는 전 광주외국인노동자센터 소장, 참여자치21 대표, 광주전남 6월항쟁 이사장, 5·18민주화운동부상자회 광주지부장 등을 지냈다. 저서로는 ‘윤상원 평전’, ‘녹두서점의 오월’(공저)이 있다.

/최명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