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곳곳 난립하는 현수막들 ‘정치 공해’ 아닌가

2023년 06월 28일(수) 19:37

광주시가 5개 자치구와 불법 광고물 합동 점검을 벌여 모두 2만5천570건을 철거했다. 불과 10일 동안 이뤄진 것으로 심각성을 더한다. 주민들은 도심 곳곳에 내걸려 시야를 가로 막는 정치 현수막에 눈살을 찌푸리고 있다. 통상적인 정당 활동을 알리는 범주를 넘어서고 있다. 광주시는 최근 19곳에 시민 안전을 위협하는 현수막에 대한 정비와 게시 자제를 요청하는 공문을 두 차례나 보냈다.

정치 현수막 난립은 정당 명칭 및 연락처, 설치 업체 연락처, 표시 기간 등을 표기하고 준수하면 어떤 제약도 없이 가능하도록 개정된 옥외광고물법 때문이다. 집권 여당인 국민의힘과 거대 야당 더불어민주당은 정국 주도권 다툼 속에서 현수막을 각자의 입장이나 당위성을 홍보하는 매우 유용한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양대 정당이 아닌 이상 소수 정당의 경우도 의존도가 높은 편이다.

상업, 정치를 막론하고 불법 현수막은 최대한 정비하는 게 맞다. 운전자의 시선을 가려 교통 흐름을 방해하고 보행자가 줄에 발이 걸려 넘어지고, 이로 인한 2차 피해까지 종종 발생하고 있다. 가게 간판을 침범해 소상공인의 영업에도 악영향을 미치지만 단속이 어렵다. 광주시가 횡단보도나 버스 정류장 30m 이내, 우회전 구간, 어린이 보호구역, 노인·장애인 보호구역에는 현수막을 금지하는 조례 개정을 준비하고 있으나 효과는 미지수다.

장소를 가리지 않는 무차별 게시를 좌시할 수 없는 지경이다. 도시 미관을 해치고 안전사고가 이어지면서 애물단지 역할을 하고 있다. 길거리를 걷다 만나는 정치 현수막의 자극적이고 비방적인 구호, 문구도 짜증을 유발한다. 소위 ‘목 좋은 자리’에 한 쪽이 걸면 따라 거는 식으로 경쟁하는 실정이다. ‘합법’이라고 하니, 아무리 민원을 넣어도 자치구는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다. ‘시야 공해’는 점잖은 지적이다. ‘정치 공해’로 규정해야 한다.

내년 4월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두고 있다. 현수막은 우후죽순처럼 거리를 점령할 것이다. 정당과 정치인을 위한 명백한 특혜다. 국민들은 납득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