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인화의 '5월이야기']선교사들의 질문이 광주 사랑의 씨앗이 되다 5·18민주화운동기록관장 |
| 2023년 06월 29일(목) 19:4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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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인보다 더 조선인으로 살다간 서서평선교사는 수많은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졌다. “왜 여성들에게는 이름이 없을까?”, “여성들은 왜 교육을 받지 못할까?”, “나라의 주권이 없으면 간호협회에 등록할 수 없는 것일까?” 등등. 그 질문에 대한 답으로 여성들에게 이름을 지어줬고 여성을 위한 학교, 이일학교를 설립했다. 서서평은 우리 사회에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면서 행동한 사람이다. 그리하여 ‘성공보다는 섬김’이라는 삶을 살았다.
헌트리 선교사는 기독병원 원목이었다. 외신기자들과 교류하며 통역을 했다. 사진을 찍어 외신기자들에게 줬다. “지난주 광주상황은 너무나 심각했고 한쪽에서 일방적으로 폭력을 시작돼….”, “역사적인 현장 한복판에서 어떻게 이럴 수가 있는 가”, “도대체 사람의 생명은 무엇인가”, “사람의 형상으로 창조된 인간을 어떻게 공권력이라는 이름으로 무참히 짓밟을 수 있을까?” 1980년 당시 5월 인터뷰에서 그가 쏟아낸 단말마적인 외침이다. 이후 미국으로 돌아간 뒤에도 광주를 잊지 못하고 끊임없이 자료를 보내왔다.
기억은 무엇일까? 기억한다는 것은 그 뒤를 따르며 결코 잊지 않겠다는 다짐이다. 또 그 뜻을 우리의 시대에 재현하겠다는 도전이기도 하다. 역사는 재현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역사가 기억된다고 하는 것은 이 시대를 그렇게 살아내고 있냐는 질문이다.
며칠 전(6월26일)서서평 89주기, 허철선 6주기 기념예배를 드렸다. 선교사들이 했던 질문과 응답에 기반 한 사랑의 실천행을 떠올리면 가슴이 먹먹해진다. 특히 양림 선교 동산에 올라가면 그들이 광주에 남겼던 사랑의 실천행에 눈시울이 붉어진다. “어서 질문하는 법을 회복하라”고 재촉하는 듯하다. 그렇다. 질문은 도전이다. 질문이 없으면 변화가 없다.
‘양림동소녀’가 내년에 책으로 출간된다는 소식이다. 너무 기쁘다. 양림동 소녀의 주인공인 임영희 작가는 필자의 수피아여고 선배다. 기독교운동과 사회운동의 선배로 끊임없이 질문하고 답을 찾아가는 사람이다. 뇌졸중으로 갑자기 쓰러진 후 익숙치 않은 왼손으로 그림을 그렸다. 그 그림을 도청광장에 전시했다. 진도에서 광주로 유학 와 수피아여고를 다니던 시절, 떠오르는 대로 그림을 그렸고 짧은 글을 썼다. 일생 전체를 담담하게 담았다. 그것을 그림책으로 만들고 온 가족이 함께 영상물로 제작했다.
그게 영화가 됐고 지난 해 ‘제13회 광주여성영화제’ 폐막작으로 상영됐다. 잔잔하면서도 찐한 감동이 밀려왔다. 그 때 김채희 광주여성영화제 집행위원장은 “함께 모이고 목소리를 나누고, 결국 우리가 이기는 세상을 꿈꿀 수 있는 놀라운 시간 들이었다”며 감동을 전했다. 이 영화는 2022년 ‘제48회 서울독립영화제’, 단편경쟁, 2023년 ‘제12회 광주독립영화제’, 5월 이야기, 2023년 ‘제15회 서울국제노인영화제’, 단편경쟁 2023년 ‘제21회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 폐막작2023 ‘KBS 독립영화관’ 등에 방영됐다. 그리고 그 이야기들이 한권의 책으로 엮어져 나온다는 것이다. 아직 우리의 세상은 따뜻하다는 것을 느끼는 순간이다.
역사란 무엇일까? 현상과 현실에 질문하고 답을 하며 변화해가는 것이 아닐까. 그 과정에서 수긍할 수 없는 현실에 저항하면서 말이다. 그리고 우리가 살아가면서 ‘이것은 옳은가?’ 라는 질문을 놓지 않고 행동하며 나아가는 것이 아닐까. 앞선 시대를 살다간 사람들의 질문을 통한 사랑의 실천행을 눈여겨보는 것만이 다는 아니다. 우리도 역시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고 그에 대한 답으로 사랑의 씨앗을 뿌려야 한다. 선교사들은 수많은 질문을 하며 광주를 보듬어냈다. 질문을 통한 사랑의 실천행, 그것은 멈춰선 안 되는, 시대를 관통하는 역사적 명령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