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지의 공간, 궁궐 속 시간을 담아내다 궁궐대목수 정명식 작가 초대기획전…오는 29일까지 예술이빽그라운드 오는 8일 ‘작가와의 대화’ 시간도 최명진 기자

2023년 07월 02일(일) 19:38

‘종묘’(宗廟)

매일 새벽 6시20분 마주한 12년간의 궁궐 모습이 사진으로 펼쳐진다.

정명식 작가의 초대기획전 ‘KOREA.UNCOVERED’가 오는 29일까지 복합예술공간 예술이빽그라운드에서 열린다.

작가는 문화재청 소속 궁궐 대목수로 궁과 왕릉, 사찰 등 문화재를 보수 관리하고 있다. 2004년부터 민가와 사찰을, 2011년부터는 4대 궁궐과 종묘와 사직, 조선왕릉의 건축물 보수를 수행 중이다.

12년 전 그가 처음 입궁한 날부터 기록용으로 찍어온 6시20분의 풍광은 루틴이 됐다. 이는 역사 속 궁의 숨겨진 시간과 공간을 마주하게 한다.

조선왕조 600여년 영광을 누적한 인정전을 필두로 겹겹이 쌓인 수십 채의 전각 지붕 너머 붉은 태양이 뻗쳐 오른다. 서쪽 창덕궁에서부터 아침 해가 밝아오면 인정전, 근정전, 경복궁, 창경국, 조정의 박석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낸다.

봄, 여름, 가을, 겨울 꼬박 10여년 세월의 궁을 담아낸 것은 궁궐 목수이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 중 가장 눈길을 끄는 작품은 ‘AM 06:20’이다. 가로 3m, 세로 3m 크기의 대형 사진 작품으로 1천800여컷의 사진이 모여 만들어진 시공간의 결정체이다. 특히, 이 대형 작품은 광주에서 최초로 선보이는 것이라 더욱 의미를 갖는다.

작가는 일반인에게 미지의 공간이라 할 수 있는 궁궐의 구석구석을 충분히 탐닉하며 자신만의 시선으로 담아내고 있다.

미처 발견되지 않은 아름다운 궁의 곡선적 자태, 단단한 박석에 박힌 욕망의 품계석, 산사의 다비식, 청동 종을 매단 꼬임줄, 반가사유상이 보여주는 우주 파편까지. 칼라와 흑백 파노라마가 수려하게 펼쳐진다. 이와 함께 오는 8일 오후 3시에는 ‘봄여름가을겨울1800’을 주제로 작가와의 대화 시간이 마련된다. 매일 6시20분 만났던 풍경과 조선왕조 600년 궁의 역사에 관한 이야기를 나눌 예정이다.

이당금 예술이빽그라운드 대표는 “작가의 사진을 보고 있노라면 가 닿지 못한, 가 닿을 수 없는,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에로티시즘, 욕망이 꿈틀꿈틀 비집고 올라온다”며 “십여년의 시간을 쌓아 올려 자신만의 독창적인 컨셉으로 1천800여 컷을 구현한 정명식 작가의 사진이야 말로 감성과 지성의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정명식 작가는 해남 출신으로 호남대학교에서 건축학을 전공했으며, 현재 문화재청 소속 대목수이자 NAVER 창작 지원 다큐멘터리 사진가로 활동 중이다. 한국의 문화유산 시리즈 ‘Korea.Uncovered’를 중심으로 해외 전시 등을 통해 독창적인 사진을 선보이고 있다.

‘비밀의 정원’

/최명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