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여는 詩]포옹 / 조명선

2023년 07월 02일(일) 19:51

아는 척하지 않아도 오른쪽이 왼쪽을
어깨에 턱을 얹고 왼쪽이 오른쪽을
한 발짝 경계를 넘어 그림처럼 맞댄다

물고 뜯는 간극에도 욱하며 뛰어들어
마침내 물결 같은 떨림으로 한 사람
찡하게 놀랄 일이다 몰캉한 유혹이다
(시조집 ‘동인시영아파트는 이제 없다’, 천년의시작, 2023.)

[시의 눈]

중국에 가 있는 아들을 명절에야 만났습니다. 그런데 서로는 전봇대처럼 꼿꼿했군요. 지붕의 닭 쳐다보는 개처럼 잠깐 멍해졌지요. 보다 못한 딸이 아빠 포옹하라 재촉했습니다. 어째 공항에서의 연출용 포옹이 좀 어색합디다. 옛날 같으면 큰절부터 받아야 하는데, 체면 구겨지는 기분도 들었지요. 요즘은 서로 ‘물고 뜯는’ 사이라도 정리만 잘 되면 뛰어들어 ‘욱’ 부둥키며 사과를 합니다. 언젠가 아내와 나도 말싸움하다 그런 일이 있었네요. 어쨌든 그녀의 ‘오른쪽’이 나의 ‘왼쪽’을, 나의 왼쪽이 그녀의 오른쪽과 맞대어 ‘그림처럼’ 될 수 있다면 좋겠지요. 하지만 순간을 놓치면 어색해지고 맙니다. 반갑게 얼른 포옹하지 못하는 문화가 소통의 걸림돌이 되는 듯도 합니다. 한데, ‘찡하게 놀랄 일’이 있긴 해요. 내가 외출에서 돌아오면 아내보다 강아지가 번쩍 안겨든다니까요. 그러니 포옹엔 시간 차가 필요한 듯합니다. 뭐 계산하지 말고 다짜고짜 먼저 달려들어 봐요. 강아지라도 있으니 연습은 되겠다구요. 다음에 키 큰 아들놈이 오면 나 강아지처럼 달려들까 봐요. 조명선 시인은 경북 영천에서 나 1993년 ‘월간문학’ 신인상 시조로 등단해 시조집 ‘하얀 몸살’(2010), ‘3×4’(2017) 등을 펴냈습니다. 그는 오래고 낮은 책상을 위무하듯 온기 밴 시조로 덮어주는 시인입니다. <노창수·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