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미리내 개인전 ‘하늘무늬’ 6일까지 아크갤러리 오랜 묵상 흔적-순환 진한 울림 삶의 근원적 물음 기반 존재의 의미, 묻고 답하다 최명진 기자

2023년 07월 03일(월) 19:24

‘하늘무늬’

‘순환’

긴 묵상의 시간과 내재된 직관의 감각은 크고 굵직한 하늘무늬를 만들어낸다. 짙은 푸른빛은 우리를 우주 한 가운데로, 또 땅과 하늘 사이 비현실적 공간으로 데려가기도 한다.

광주를 기반으로 꾸준히 작품활동을 해오고 있는 한국화가 백미리내 작가의 개인전이 오는 6일까지 아크갤러리(문화전당로 26번길 10-8)에서 열린다.

백 작가의 일곱 번째 개인전으로 2019년 이후 4년 만에 열리는 전시다.

작가는 지역에서 활동하는 한국화 작가로서는 드물게 꾸준히 추상작업을 해오고 있다. 2016년 첫 개인전 ‘땅과 땅 위의 것’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활동을 펼치며 ‘순환-울림’, ‘흔적-순환’ 등 타이틀로 삶의 근원적 물음에 기반한 작품들을 그려왔다.

이번 전시에서는 기존 작품들에서 한층 더 깊은 사색을 담은 근작 30여 점을 선보인다.

하늘과 땅 등 자연 만물의 근원 위에서 흔적의 형상을 사색했던 것에서 더 나아가 ‘생’(生)과 ‘존재’에 대해 작가 스스로 몰두한 묵상의 시간을 담았다.

전시 작품은 크게 두 줄기로 나뉜다. 강렬한 푸른빛이 인상적인 채색 작품과 모래를 활용해 화면 위에 독특한 방식으로 순환의 흔적을 담아낸 수묵작품이다.

표현 방식에 차이는 있지만 ‘순환’, ‘하늘무늬’, ‘하늘’ 등 작가가 꾸준히 천착해왔던 주제를 더욱 심화한 작품들이다.

전시 서문에서 서예가 후산 정재석은 도덕경(道德經) 구절을 빌어 작품에 대해 논한다.

인법지 지법천 천법도 도법자연(人法地 地法天 天法道 道法自然). 도덕경 25장 내용이다. 사람은 땅을 따르고, 땅은 하늘을 따르고, 하늘은 道(도)를 따르고, 道(도)는 자연을 따른다는 의미다.

정재석 서예가는 “공교롭게도 작품에 드러난 흔적들은 고개를 들어 하늘을 살피게 한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암흑에서 하늘의 무늬를 본다. 신기하게도 이질감과 왠지 모를 깊은 동질감을 함께 느낀다. 원래 하나였던 것처럼, 잊었던 아주 먼 뿌리를 만난 것처럼, 그 경계에 있음을 새삼 깨닫는다”고 말했다.

백미리내 작가는 “우리 모두는 자신의 생(生)과 존재에 끊임없는 질문을 던지며 살아간다. 모든 존재하는 시간과 공간의 흔적을 조금이나마 전달해보고 싶었다”며 “내가 보여주고자 하는 ‘하늘무늬’로 많은 이들이 스스로의 존재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편, 백 작가는 전남대 예술대학 미술학과를 졸업했으며, 2016년 첫 개인전을 시작으로 일곱 번의 개인전과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했다. 주요 전시로는 2021 전남국제수묵비엔날레 카자흐스탄 독립30주년기념전 ‘수묵의 독백 그림 속에 놀다’(카자흐스탄국립박물관, 카자흐스탄), 그림의 언어(2018 예술공간 집), 수묵의 재발견(2017, 광주문화예술갤러리)등에 참여했으며, 은암미술관 레지던시(2016), 유스퀘어 금호갤러리 청년작가지원전(2018)에 선정되는 등 작품활동을 지속해오고 있다.

/최명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