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순탄광 근로자 예우·대체산업 육성 서두르자

2023년 07월 04일(화) 19:55

지난달 30일 화순광업소 종업식에 참석한 구복규 군수가 정부 협상을 토대로 대체산업 발굴에 전력하겠다며 강한 의지를 나타냈다. 정부는 환경 오염이 발생하지 않도록 신속하게 광해 방지 사업을 시행하고,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지원책을 조속히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118년 역사의 국내 1호 화순탄광이 문을 닫았다. 1905년 광업권을 등록한 이래로 남부권 최대 생산지로서 ‘국민 연료’ 연탄의 수급 안정에 큰 역할을 했다. 정점이던 1989년에는 1천600명의 직원들이 70만 5천t을 채굴해 강원·삼척·영월과 함께 전국 4대 탄광으로 손꼽혔다. 에너지 위기 때는 연탄용 석탄을 증산, 서민들의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맡았다. 하지만 산업 구조의 변화로 수요가 감소함에 따라 조기 폐광이 결정됐다.

산업화 시대의 영광을 뒤로 하고 사라진 화순광업소는 주민들에게 있어 생계의 터전이자 정신적 구심체다. 1980년대 정치 권력과 손잡은 민영화 시도에는 노조원들이 버스를 타고 올라가 상경 투쟁 끝에 지켜낸 일화도 전해지고 있다.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대체산업 발굴에 전력을 다해야 하는 것이다. 전담팀을 운영하는 화순군은 대한석탄공사 소유 토지의 매입을 위한 국비가 확보될 수 있도록 예비타당성조사에 대응하고 있고, 산업통상자원부 주관으로 마스터플랜 수립 용역이 발주된 상태다.

대한민국과 광주·전남 경제발전에 평생을 바친 광산 근로자들은 합당한 지원과 예우를 받을 자격이 있다. 고된 막장 노동으로 땀에 흠뻑 젖은 작업복에 석탄 가루로 덮여 새카만 얼굴, 눈과 치아만 드러낸 채 웃고 담소를 나누던 산업전사였다. 화순군은 정부 차원에서 본격화되는 광해 복구 사업과 관련해선 “갱내에 물 채우는 것에 반대한다”는 입장도 견지해야 한다. 지역의 자존감을 높이는 상징으로, 매력적인 역사 공간으로 거듭나기를 바란다.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어야 한다.

명예롭고 아름다운 퇴장이다. 세상의 무관심과 홀대에도 최선을 다해 헌신한 사람들을 꼭 기억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