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폭우 ‘오락가락’ 날씨…광주·전남 곳곳 ‘불편’ 과일·채솟값 요동 상인 등 볼멘소리…배달 라이더들 ‘곤죽’ 소방, 하루 걸러 배수 지원·온열환자 구조…사망 등 피해도 안재영·안태호·주성학 기자

2023년 07월 04일(화) 20:18

다시 시작된 장맛비 서해안을 중심으로 정체전선에서 발달한 저기압 영향으로 광주·전남에 장맛비가 내린 4일 광주의 한 도로에서 시민들이 우산을 쓰고 발길을 재촉하고 있다./김애리 기자

최근 광주·전남지역에 하루 걸러 폭우와 폭염이 기승을 부리는 오락가락 날씨가 이어지면서 불편과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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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일부는 생계를 위협받을 정도의 피해를 겪고 있는가 하면, 안타깝게 목숨을 잃는 일도 발생하고 있다.

◇과일·채솟값 급등…좌판도 포기

4일 오전 광주 북구 말바우시장. 장날임에도 상인들의 얼굴에서 활기가 느껴지지 않았다. 잇따른 폭우와 폭염에 상품 출하량이 급감해 가격이 요동쳐서다.

과일 상인 박종섭(48)씨는 “문을 열기 전 공판장에서 과일을 떼오는 데, 요즘만큼 가격 변동이 큰 적이 없었던 것 같다”며 “보통 복숭아(황도) 4㎏이 1만5천원 정도지만 최근 날씨로 인해 출하량이 급감하면서 2만7천원까지 치솟았다”고 토로했다.

장을 보러 온 소비자도 입장은 별반 다르지 않았다. 이정자(62·여)씨는 “비가 오는데도 조금 저렴하게 구입할 생각으로 동구에서 버스를 타고 왔는데 과일과 채소값이 비싸 구입이 망설여진다”며 “경기도 좋지 않은데 이랬다 저랬다하는 날씨에 시장 물건 값도 만만치 않다”고 하소연했다.

직접 키운 상추와 깻잎 등 채소를 파는 ‘할머니 골목’ 어르신들의 시름도 깊었다. 열심히 기른 농작물 중 대다수가 연일 내린 비에 잠겨 썩거나 폭염에 시들어 상품성을 잃었기 때문이다.

괜찮은 몇몇이라도 팔아보려 나왔지만 비가 내려 좌판을 열지 못하는 어르신들도 다수였다.

곡성에서 온 김금자(72·여)씨는 “평상시에 밖에 좌판을 펼쳐 두는데 비가 계속 쏟아져 어쩌지 못하고 있다”며 “오락가락한 날씨로 농사도 힘든데 파는 것마저 어려워 큰일”이라고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입으면 덥고 벗으면 젖어 ‘한숨만’

배달 기사들도 날씨로 인한 어려움을 토로했다. 언제 비가 내릴지 모르는 상황이라 늘상 걸치는 비옷을 입으면 ‘찜통더위’, 벗으면 ‘물에 빠진’ 상태가 되는 실정이다.

특히 비가 올 때 상대적으로 배차 요청이 많아 속도를 내야 하지만, 노면이 미끄러워 사고 위험도 급증한다는 게 라이더들의 전언이다.

광주 동구 학동의 한 라이더쉼터에서 만난 전상원(59)씨는 “비가 오는 날은 우비를 입고 다니는 데 바람이 통하지 않아 그야말로 고역”이라며 “비가 오면 도로도 미끄러워 위험하다. 특히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넘어져 다치는 라이더들이 많다”고 털어놨다.

◇소방당국 활동도 ‘왔다 갔다’

소방 당국의 활동도 날씨로 인해 하루아침에 달라졌다.

광주시 소방본부는 본격 장마가 시작된 지난달 25일부터 이달 1일까지 침수·배수 지원·도로 장애·가로수 쓰러짐 등 250건에 달하는 호우 관련 활동을 펼쳤다.

비가 잠시 소강 상태에 접어들고 폭염주의보가 내린 지난 2일에는 서구 마륵동에서 자전거를 타다 쓰러진 온열질환자를 구조했다.

전남에선 호우와 온열로 인한 사망자도 잇따랐다. 지난달 29일 함평군 함평읍 엄다면 학야리 하천 밑 펌프장 교각에서 폭우 피해를 막으려다 실종된 수리시설 감시원이 36시간 만에 숨진 채 발견됐고, 지난 2일엔 보성군 조성면의 한 텃밭에서 밭일을 하던 보성경찰서 소속 경찰관은 무더위에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끝내 사망했다.

/안재영·안태호·주성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