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우 예보에도 우천 취소 NO’ 골프장 이용객들 불만 비 올때도 방문 취소 ‘불편’…전화 취소땐 위약금 발생 전남골프협회 “강수량 등 정확한 규정 없어 마찰 빈번” 오복 기자

2023년 07월 06일(목) 19:56

사진출처=아이클릭아트

“호우주의보 발효 당일 라운딩 취소가 안 된다고 해서 비를 맞으면서 5홀을 돌았는데, 고작 4만원 환불 받았어요.”

최근 광주·전남지역에 장맛비 등 호우특보가 내려졌으나, 골프장의 명확하지 않은 ‘우천 취소 기준’으로 인해 이용객들의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예약된 시간에 호우가 예정됐거나 비가 내려도 해당 골프장을 찾아 골프장 측이 라운딩 시간에 맞춰 비의 양을 확인 후 예약을 취소해주는 ‘내 멋대로 운영’ 때문이다.

6일 전남골프협회와 공정거래위원회 등에 따르면 골프장은 경기 시간에 비가 올 경우 이용자들에게 취소와 환불을 진행해주는 ‘우천 취소’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이는 미끄럼 사고나 낙뢰, 산사태 등을 막기 위한 안전 조치로 각 골프장은 우천 취소를 포함한 취소 및 환불 규정을 마련해 천재지변으로 입장에 관한 절차를 마치지 못하거나 입장 후 이용자팀 전원이 경기를 마치지 못하게 된 경우에는 규정에 따라 이용자에게 환불 절차를 진행한다.

이 규정에서 골프장과 이용자가 대립하는 부분은 ‘우천 취소’의 기준이다.

골프장의 우천 취소 기준이 시간당 몇㎜인지 정확히 명시되지 않고, 이용 시간이 4시간 이상 소요되는 긴 라운딩 시간 내 비 예보가 있어도 경기 시작 시간을 기준으로 취소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특히 우천 중단 시 공정거래위원회가 표준약관으로 고시한 ‘골프장 이용을 마친 홀 기준, ‘1홀 단위’로 요금을 정산한다’는 부분이 지켜지지 않고 있다.

실제 광주·전남에 호우주의보가 내려졌던 지난달 29일 우천 취소로 인한 실랑이가 일었다.

광주 한 골프장에서 오후 5시30분께 티업을 기다리던 A씨는 전날 폭우와 관련 이날 오후에도 호우가 예상된다는 일기예보를 접하고 골프장에 ‘우천 취소’를 문의했다.

하지만 골프장 측은 “현재 비가 오지 않고 있고, 우천 취소 규정상 티업 시간에 맞춰 방문 후 취소 가능하다”는 입장을 전했다.

A씨 일행은 약간의 비가 내렸지만 경기를 진행해야 한다는 안내데스크의 설명을 듣고 라운딩을 시작했다. 가랑비를 맞으며 5홀을 마칠 무렵 아니나 다를까 폭우가 쏟아졌고, A씨 일행은 라운딩을 종료하고 환불을 요청했다.

골프장은 5홀을 제외한 13홀의 환불이 아닌 ‘규정’이라며 전반 9홀 기준의 환불 금액을 제시, 1인당 결제금액 12만원(카트비 포함) 중 4만원만 이튿날 계좌로 입금했다.

이에 A씨는 골프장 측에 전화해 호우 예보대로 비가 내렸고, 비가 내리는 와중에도 라운딩을 강행시킨 점 등을 들어 항의한 끝에 전액을 환불 받았다.

A씨는 “환불을 받긴 했지만, 꼭 항의하고 따져야만 권리를 찾을 수 있다는 현실에 씁쓸했다”며 “골프장 홍보에만 열을 올릴 게 아니라 고객에 대한 서비스 개선에도 신경을 좀 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해에는 전남 한 골프장에 동호회 단체예약을 진행했던 B씨가 라운딩 전 해당 지역에 비가 내린다는 소식을 듣고, 전화상으로 우천 취소를 요구했지만 위약금 185만원을 물어야 했다.

이와 관련 전남골프협회 관계자는 “골프장들이 우천 취소를 운영하고 있지만, 정확한 강수량 규정이 없어 마찰이 자주 일고 있다”며 “예약 취소에 대해 명확한 기준을 정한다면 이용자와 골프장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결과를 도출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해 공정거래위원회와 한국소비자원이 공동으로 골프장 이용 관련 소비자 상담을 유형별로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소비자 불만 건수 중 ‘미사용 요금 환급 거부’가 297건(18.3%)으로 가장 많았다./오복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