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성대 칼럼]선거제도가 낳은 엘리트주의 편파성 시사평론가 |
| 2023년 07월 06일(목) 20:2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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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는 민주주의의 꽃’이라는 말이 있다. 민주주의 제도의 운영에서 선거가 갖는 의미가 크다는 인식을 나타내주는 말이다. 하지만 어떤 의미에서는 역설적으로 선거는 민주주의를 위태롭게 하는 제도이기도 하다. 민주주의가 모든 구성원들의 정치적 평등을 전제로 하는 정치체제인 반면에 선거는 구성원들의 불평등성을 공공연하게 드러내기 때문이다.
모두가 평등하다는 민주주의의 대 전제에도 불구하고 현실적으로 불평등한 요소가 많다. 첫째, 경제력 불평등이다. 누구는 많은 재산을 소유한 부자이지만 누구는 하루하루 생계를 걱정해야 하는 빈자이다. 둘째, 지식의 불평등이다. 누구는 특정분야에 전문적인 학식을 가진 전문 지식인이지만 누구는 자기 분야 외에는 별다른 지식이 없는 문외한이다. 그 외에도 불평등한 요소는 다양하다. 신체적 능력이나 매력, 언변과 기술 등 천차만별의 불평등 요소를 지니고 있다. 그럼에도 정치적으로는 모두 평등하다. 그것을 전제로 하고, 그것을 인정해 주는 것이 민주주의 체제다.
민주주의가 갖는 강점은 사실 모든 불평등한 요소에도 불구하고 사람을 정치적·법적·인격적으로 평등하게 대우하는데서 나온다. 평등한 대우로부터 사고가 자유로워지고, 자신의 능력을 키울 기회가 다양해진다. 그럼으로써 사회구성원 모두가 자신의 잠재력을 최고도로 발휘할 수 있다. 이것이 우리가 역사적으로 많은 희생을 치르면서도 얻고자 했던 민주주의의 강점이다.
선거는 원리적으로 민주주의에 부합하는 제도는 아니다. 유권자들이 자신들보다 더 나은 사람을 선택해 주권을 위임하는 제도라는 점에서 그렇다. 그렇기 때문에 고대의 어떤 정치철학자는 선거제도가 자신을 좀 더 효과적으로 지배할 수 있는 자를 선출한다는 점에서 엘리트주의(과두정)에 더 적합한 제도라고 설파했다. 사실 대의제 민주주의가 보편화된 현대사회에서도 선거로 인해 엘리트주의가 강화되는 결과로 귀결되기 쉽다. 때문에 선거제도가 갖는 근본적인 문제점을 들여다봐야 한다.
최근의 우리나라 정치현실을 보자. 선거를 통해 선출된 정치엘리트들이 다수 유권자 대중의 이익 구현보다는 특정 소수그룹 대변에 더 적극적이곤 한다. 동유럽에서의 전쟁과 미중 패권 경쟁의 여파로 극심한 고금리·고물가·저성장 등 국민들의 경제적 고통이 커지고 있지만 합리적 해결책 모색에 나서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기 일쑤다. 국민 다수의 이해와 동떨어진 정치를 서슴지 않고 하고 있는 것이다.
민주주의 발상지, 고대 그리스 아테네에서 공직자는 추첨을 통해 뽑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되는 특정 직책의 경우 선거를 통해 선출하는 예외적인 경우도 있지만 모든 시민이 정치적으로 평등하다는 민주주의 제도의 원리에 비춰본다면 추첨으로 공직자를 뽑는 것이 민주적인 원칙에 부합한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만약 현대사회에서 고대 아테네 민주정에서와 마찬가지로 모든 유권자를 대상으로 추첨을 통해 공직자를 선출하는 제도가 시행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아마도 경제력과 지식수준 등에서 가장 평범한 시민들이 지도자로 선택되는 일이 빈번하게 벌어질 것 같다. 물론 현대사회는 각 분야별 전문성의 고도화가 고대사회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심화돼 있다. 현대 민주정치가 대의제에 기반을 둔 간접 민주주의제도를 채택하는 이유이다. 그러나 한번 생각해볼 일이다. 평범한 유권자들이 지도자로서 정책을 결정하고 실행했다고 하더라도 소수 특정 그룹의 이익을 대변하는 정치가 횡행했을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