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회 광주비엔날레 결산]‘물처럼…’ 빛고을에 녹아든 고품격 예술 향연 국내·외 호평 속 ‘세계 5대 비엔날레’ 위상 재확인 역대 최대 규모 파빌리온 성과…도시브랜드 제고 교육·체험의 장 역할 ‘톡톡’…시민사회 소통 증대 최명진 기자

2023년 07월 09일(일) 18:35

제14회 광주비엔날레가 94일간의 대장정을 끝으로 막을 내렸다. ‘물처럼 부드럽고 여리게’를 주제로 펼쳐진 이번 광주비엔날레에는 31개국 43개 도시 79명 작가가 참여해 총 340여점의 작품을 선보였다. /김애리 기자

제14회 광주비엔날레는 고품격 전시와 관람객 친화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미술의 도시 광주 전역을 역동하는 동시대 미술 현장으로 엮어내면서 코로나 이후 문화예술 향유에 대한 갈증을 해소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는 평이다.

‘물처럼 부드럽고 여리게’를 주제로 동시대 사회 현상 속에서 선주민들의 전통, 치유법, 집단 창작, 공예 등 삶의 지혜를 살펴봤으며 공존하는 삶에 대한 새로운 예술의 가능성과 대안을 관람객들에게 제시했다.

이번 전시에 대한 외신들의 관심과 호평도 이어지면서 세계 5대 비엔날레로서의 명성을 재확인할 수 있었다.

해외 유력 매체에서는 이번 광주비엔날레 전시가 대체로 현 사회가 직면한 다양한 주제를 부드럽고 편안하게 전달했다고 호평했다.

아트뉴스는 이번 전시에 대해 “예술가들이 전통을 유지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며 예술을 통해 지식을 전수하고 동시대 잔해를 파헤쳐 새로운 것을 창조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평했다.

아트넷도 “자유와 민주주의를 위한 투쟁으로 알려진 광주에서의 이번 비엔날레는 저항, 탈식민지화, 환경과 관련된 문제를 다루는 정치적이면서도 시적인 작품이 적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전시에 참여했던 기획자와 참여 작가의 잇단 희소식도 전시 기간 동안 들려왔다.

이숙경 제14회 광주비엔날레 예술감독이 맨체스터 대학 휘트워스 미술관장으로 선임됐다.

일본 참여작가 모리 유코는 내년 제60회 베니스비엔날레 일본관 작가로 선정됐으며 이 예술감독 또한 일본관 큐레이터로 임명됐다.

5전시실 ‘해바라기 공성 전차’ 영상작업을 선보인 참여작가 스카이 호핀카는 지난달 13일 아트바젤이 매년 2명의 현대미술가에게 수여하는 발루아즈 예술상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관람객 만족도 또한 매우 높았다. ‘제14회 광주비엔날레 관람객 만족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제14회 광주비엔날레 종합 관람 만족도는 75.9%로 2012년 이래 역대 최고 만족도를 기록했다. 코로나 이전인 2018년 제12회 행사에서의 종합 관람만족도인 70.4%보다 5.5% 포인트 상승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이번 전시는 편안하게 다가갈 수 있는 작품들이 눈에 띄었다. 관람객들은 엄정순 작가의 ‘코 없는 코끼리’ 설치 작품 앞에서 대형 조형물을 만져보고, 멜라니 보나조의 ‘터치미텔’ 작품에 앉아 여유롭게 전시를 즐겼다.

만족도 조사 결과 이번 전시에서 가장 인상 깊은 작품으로 엄정순 작가의 ‘코 없는 코끼리’가 선정됐으며, 이건용 화백의 ‘바디스케이프 76-3’, 타스나이 세타세리의 ‘거품탑’ 등이 그 뒤를 이었다.

또한 광주정신을 직접적으로 보여주기보다 은유하면서 광주정신의 보편적인 확장과 공감대를 시도했다.

5·18민주화운동과 연관된 집단적 저항과 연대, 애도의 순간을 포착한 팡록 술랍의 ‘광주 꽃 피우다’ 목판 작업, 알리자 니센바움이 광주지역 놀이패 ‘신명’과 협업한 회화 작품 등은 겸허하고 깊은 울림을 남겼다.

역대 최대 규모의 9개국 파빌리온은 동시대 화두인 기후 문제와 자국 전통, 소수민족 문화 등을 아우르면서 본전시와 상호작용했으며 도시 전체가 미술 전시장으로 변모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특히 일부 파빌리온이 밀집된 양림동에는 수많은 관람객들이 찾아와 새로운 문화 관광의 장소로 부상하기도 했다.

(재)광주비엔날레는 시민 참여프로그램과 학생 대상 교육프로그램을 매주 운영하면서 그 여느 때보다 풍성한 행사가 되도록 했다.

관객 참여 프로그램에는 약 5만명 이상이 참여하면서 관람객이 체험하고 즐기는 장이 됐다. 또한 매주 주말 어린이와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배움과 체험’ 교육 프로그램도 정기적으로 마련됐다.

어린이 관람객을 위한 제14회 광주비엔날레 교육자료 쉬운말 안내서와 어린이 워크북 2종을 개발해 홈페이지에 탑재했으며, 광주비엔날레 작품 이미지 카드도 제작해 인스타그램 업로드 이벤트 등을 행사 기간 진행했다.

학제를 초월한 대화와 열린 소통을 지향하는 프로그램인 ‘대화와 강연’은 아티스트 토크와 주제확장 토크로 구성돼 매월 거시기홀에서 열렸다.

이밖에도 네이버 예매 시스템 운영 및 셔틀버스 운행 등으로 접근성을 향상시켰으며 차별화된 전시 음성 해설, 도슨트 정기투어, 학생 단체 관람 대상 사전 강의 등 관람객 서비스와 편의에 만전을 기했다.

김구림 작가의 ‘바디 페인팅’을 재해석한 참여형 퍼포먼스(사진 上)와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한 어린이들이 멜라니 보나조의 ‘터치미텔’ 작품에 앉아 즐기는 모습 <광주비엔날레 제공>

/최명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