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침을 여는 詩]‘국민’의 사전적 의미 / 김영주 |
| 2023년 07월 09일(일) 18:5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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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듯 처박혔다가 선거철에만 동원된다
투표가 끝난 뒤에는 포유류로 분류된다
(시집 ‘다정한 무관심’, 현대시학사, 2023.)
[시의 눈]
지금 여긴 위정자들만 삽니다. 그들이 찾던 ‘국민’은 어디 갔을까요. 나리들은 당연히 섬기는 ‘국민’인데, 새삼 뭘 묻느냐고 흰 눈을 깔기지요. 사전을 찾아보니, 정작 ‘국민’이란 ‘통치권 아래에 있는 사람’으로 정의되고 있네요. 우린 복종의 ‘의무를 위해’ 길들어진 듯합니다. 한데, 이제 ‘국민’을 찾질 않는군요. 여름 장마 뒤 땡볕이 이글거립니다. 지렁이가 길바닥에 꿈틀거립니다. 그렇게 죽어갈 신세일까요. 물 달라 외쳐도 목축여주질 않네요. 싫지만 다시 선거철을 기다립니다. 아마 나리들은 각본대로 또 읍소하겠지요. 허리 90도를 넘는 건 다반사이고, 꿇거나 엎드려 180도도 좋아요 표가 된다면요. 아, 재래시장은 꽃 벙그는 철입니다. 끝날 때가 두렵긴 해요. 그들은 꼿꼿해지고, 우린 젖달라 보채는 ‘포유류’로 ‘분류’될 테니까요. ‘국민’ 배역이 끝날라치면, 나 ‘사전’ 밖을 뛰쳐나와야겠어요. 그 이름표를 그만 떼 버리고 싶어요. 나리들 아래 있다간 밥 먹듯 또 굶어야 하니… 아, ‘국민’ 그 이름표를 떼어줘. 김영주 시인은 경기도 수원에서 나 2009년 ‘유심’ 신인상 시조 당선, 2015년 중앙시조대상 신인상으로 등단하여 시조집 ‘미안하다, 달’(2012), ‘오리야 날아라’(2016)를 냈습니다. 그는 풍자의 밥에 매운 비판의 고추장을 섞고 해학의 참기름을 뿌려 맛난 비빔밥을 요리해주는 시인입니다. <노창수·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