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개월째 독감 유행주의보 소아 감기약 품귀 ‘발동동’ 1·2위 소아약품 리콜 생산·판매 중단 성인용 비염치료제는 전국 품절 상황 “원료의약품 제품화 정부 유인책 절실” 오복 기자

2023년 07월 09일(일) 19:55

사진=아이클릭아트

#최근 39도의 고열에 시달리는 아이를 안고 동네 소아과를 찾는 주부 A(31)씨는 담당 의사가 인근 약국에 특정 의약품이 있느냐고 문의하는 모습을 보면서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의사는 “소아용 해열제 품절로 인해 같은 약 성분을 가진 약을 물어본 것이니 걱정 말라”고 했지만 A씨는 ‘아이에게 딱 맞는 약은 품절되고 비슷한 다른 약을 처방해 준 건 아닌가’하는 불안한 마음을 떨칠 수 없었다.

독감(인플루엔자) 유행주의보가 10개월째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감기약 품귀 현상마저 잇따르면서 필수 의약품 자급률을 높이기 위한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9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올해 26주차(6월25일-7월1일) 독감 의사(의심)환자 분율은 1천명 중 16.1명으로 집계됐다. 직전주인 25주차(6월18-24일) 15명으로 감소세를 보이다 다시 소폭 반등했다. 이번 절기(2022-2023년)의 유행 기준은 4.9명으로 아직 3배 이상 높은 상태다.

이에 질병청은 지난해 9월16일 독감 유행주의보를 발령한 뒤 현재까지 10개월째 해제하지 않고 있다.

3주 이상 유행 기준치에 미달한 뒤 자문회의를 거쳐야 해제할 수 있지만 의심환자 수가 유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연령대 별로 7-12세(33.5명)가 가장 많이 발생했고, 1-6세(21.9명), 13-18세(21.1명), 0세(11.6명) 등 소아·청소년에게서 높은 분포도를 보였다.

이처럼 소아·청소년 사이에서 호흡기 질환이 유행하자 관련 의약품의 수요가 폭증하면서 소아 해열진통제 약품 품귀 현상까지 벌어지고 있다.

특히 최근 국내 판매 1·2위 어린이 해열제가 제품 이상으로 제조·판매를 중단한 영향으로 공급 혼선이 심화된 상태다.

지난 4월과 5월 대표 가정상비약으로 꼽히는 어린이 종합감기약 2개가 각각 갈변과 상분리 현상으로 사용 중지 결정을 받아 제품 제조·판매를 중단했고, 이에 아세트아미노펜 성분의 소아 해열진통제는 시장 품귀로 이어졌다.

현재는 소아용 대체 약제로 공급이 일부 해소됐지만 공급이 들어오는 한달에 몇 번을 제외하고는 원활하지 못한 실정이다.

코로나19 이후 독감이 유행하면서 소아를 비롯한 성인 감기약도 품귀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항히스타민 비염치료제의 경우 전국적으로 수개월 째 약을 구하기 힘든 상황이다.

이에 따라 대한아동병원협회는 지난달 “소아청소년 중증 질환 필수의약품의 장기간 품절 사태가 심각하다”며 정부에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나섰다.

협회는 44개 아동병원을 대상으로 한 필수 의약품 수급 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중증 필수약 뿐만 아니라 항생제, 해열제, 변비약 등 다빈도 처방약도 정상 처방 조제하기가 어려우며, 매일 제약사와 도매상에 사정하는 것이 일상이라고 호소했다.

이 같은 현상은 제약회사의 높은 수입 의존도와 단가를 맞춰 생산하는 제약회사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최근 환율과 원료값 상승, 현지 물류대란 등 수입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원료의약품 공급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완제의약품 생산에도 제동이 걸렸다는 것이다.

실제 국회 보건복지부 소속 최영희 의원(국민의힘)이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밝힌 자료에 따르면 원료의약품 자급률은 지난 5년간 평균 27.8%에 불과했다.

이 때문에 관련 업체에 정부 보조금을 지원해서라도 자급률을 높일 유인책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비등하다.

제약업계의 한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감기약 종류의 품절 사태가 잇따르고 있는 데 대부분 해외에서 수입되는 원료가 원인”이라며 “단가가 맞지 않더라도 원료의약품 제품화에 따른 우대 혜택이나 투자 지원 등 자급률을 높이기 위한 정부의 강력한 유인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오복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