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학마당]비둘기 부부 / 수필 - 신중재 |
| 2023년 07월 10일(월) 19:11 |
|
우리는 비둘기를 익조(益鳥)라고도 생각한다. 우리가 잘 아는 ‘비둘기처럼 다정한 사람이라면 포근한 사랑 엮어갈 그런 집을 지어요.’라는 노랫말 때문일까? 아니면 창세기 노아의 방주에서 대홍수 때, 홍수가 끝나고 비둘기를 육지로 내보내 올리브 잎을 물고 돌아오므로 ‘평화’를 상징하기에 그런 것인가? 대통령 취임식 때, 평화를 상징하여 대량으로 비둘기를 날리는 광경을 수 차례 보아왔던 친근감 때문일까?
우리 고장 영암의 구림마을 전설에 한 처녀가 빨래를 갔다가 떠내려오는 오이를 주워 먹고, 아이를 낳아 숲속에 버린 후, 며칠이 지나 그곳에 가보니 비둘기들이 날개로 아이를 덮어 보호하고 있음에 기이하게 여겨 데려다가 키우게 되었는데 그 아이가 도선국사였다. 그래서 이 마을을 ‘비둘기 구(鳩)와 수풀림(林)자’를 따서 구림(鳩林)마을이 되었다는데.
그러나 이런 아름다운 전설을 가진 비둘기는 도시환경을 오염시키는 골칫덩이가 되고 있다. 2009년 유해 야생동물로 지정하고, 비둘기 배설물은 강한 산성을 함유하여 건축물을 훼손시키고, 주워 먹은 음식물 쓰레기에 의해 살모넬라균을 비롯한 여러 가지 병균을 옮기기도 한다니, 또한 자동차 위에 떨어지면 색깔을 변화시키고, 존경하는 동상이나 주요 건물에 배설한다면 청소를 할 수도 없어 난감한 일이다.
그래서 비둘기 공해 대책을 마련하였는데 생명체를 죽일 수는 없어서 어떤 지자체에서는 비둘기알을 수거하거나 먹이 주는 행위에 벌금을 부과하는 지침을 마련하기도 했다고 한다. 비둘기 퇴치 업체에서는 퇴치시설 철망 버드스파이크 장치를(플라스틱 판에 여러 개 철핀을 꽂아 조류가 앉지 못하도록 하는 설치) 20-40만 원의 경비를 들여서 하기도 한다고 한다.
환경을 오염시킨다는 비둘기를 보면서 부부 사이를 생각해 보았다. 3초 만에 홀딱 반하여, 3개월 동안 사랑에 빠지고, 3년 만에 결혼하여, 30년을 넘어 50년간 알콩달콩 살아간다면 그래도 아침에 본 비둘기처럼 성공한 사랑이 아닐는지.
친족 사이의 멀고 가까운 정도를 촌수(寸數)로 나타낸다. 부모와 자식은 1촌이고 형제 사이는 2촌이다. 태어나면서부터 주어지는 숫자이다. 그럼, 부부 사이는 어떤 숫자일까? 무촌(無寸)이다. 촌수가 없어서 ‘0촌’이라고도 한다. 그만큼 가깝다는 의미도 될 수 있지만 잘못하면 아무것도 없는 남이 될 수도 있다는 엄청난 의미가 담겨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1에 0이라는 숫자를 붙이게 되면 1의 10배가 됨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0을 하나 더 붙이면 100이 되어 0이 10배씩 늘어나는 인류가 발견한 십진법이다. 부부 사이는 마법의 숫자 0의 관계이다.
퇴계 선생은 혼례를 치른 손자에게 말했다. ‘부부란 인륜의 시작이고 만복의 근원이므로 친절한 사이이지만 지극히 바르게 살고 조심스럽게 살아야 한다. 부부 사이 예를 갖추어 서로 공경해야 하고, 너무 가깝다고 깔보거나 업신여기면 틈새가 생겨 서로 간의 신뢰가 깨어지므로 결혼 초부터 극히 조심하면서 살아야 한다.’
우리 부부는 비둘기의 고장 구림마을 도갑사에서 흐르는 냇물의 졸졸거리는 장단에 맞춰 사랑을 언약했고, 초수동 범바위에서 아침에 본 비둘기처럼 알콩달콩 사랑의 결실로 부부 연을 맺어 2남 2녀를 두었다. 자식들이 사회활동에 열심하니 늘 감사한다. 사랑스러운 손녀 셋이 잘 자라 주기 바라면서도 마음 한구석에 손자라도 하나 볼 수 있기를 소망한다면 지나친 욕심일까.
비둘기가 우리에게 환경오염으로 피해를 주는 조류라고는 하지만 해로운 벌레나 곤충을 잡아먹어 먹이사슬을 유지하여 환경보존에 유익한 점도 있을 것 같다. 부부의 날에 즈음해 우리 부부에게 나타난 것은 조상님 중, 이승에서의 잉꼬부부가 비둘기로 환생한 듯 여겨지기도 한다. 또한 매일 아침 찾아온 것은 비둘기 부부처럼 사랑하며 다정하게 잘 살라는 메시지를 전달한 것이 아닐까.
- 약 력 -
▲2016 수필문학 등단
▲(전)서광초 교장, (현)한국전쟁영암군유족 회장
▲수필집 : ‘측정 불가능한 무게가치’, 구술사(2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