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어가란 뜻이겠지 / 박숙

2023년 07월 10일(월) 19:45

박숙 전남도보건환경연구원 미생물과장

벌써 2주가 다 돼간다. 열은 없는데 목이 불편했고, 또 그러다 코가 막히고 급기야 열까지 오르내리기를 반복하고 있다. 처음에는 빨리 낫지 않는 이유로 나이 탓을 했다. 입버릇처럼 ‘예전 같지 않아’를 달고 살았다. 그러다 아침, 저녁 종잡을 수 없는 날씨가 이유가 됐고 결국은 내 감기가 낫지 않는 탓을 의사 선생님에게 돌렸다. ‘병원이 신통치 않은 건가? 분명 쎈 약을 주라 했는데…’ 처방된 약이 듣지를 않으니 뭔가 고장난 게 틀림없다.

사람이나 동물이 질병을 일으키는 세균에 감염됐을 때 항생제로 치료한다. 질병관리청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항생제 처방량은 2020년 기준 21.0DID(인구 1천명당 1일 항생제 사용량 단위)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4번째로 높다. 그런데 세균이 항생제를 사용해도 죽지 않고 계속 증식하는 것을 내성이 생겼다고 말한다. 항생제 사용 빈도가 늘어가면서 항생제 내성균의 출현은 해가 갈수록 세계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2017년 전수 감시체계로 전환된 이후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항생제에 내성이 생긴 세균에 감염되면 기존 항생제가 효과가 없어 치료하기 어려워진다. 특히 여러 항생제에 동시에 내성을 갖는 ‘다제내성균’, 즉 슈퍼박테리아에 감염되면 쉽게 치료가 가능한 질병으로도 목숨을 잃을 수 있다. 그렇다면 항생제 내성균에 감염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의 의견에 따르면 항생제 내성균은 다양한 원인에 의해 발생하지만 대표적으로 용법과 용량대로 사용하지 않거나 항생제 치료가 불필요한 질병에 항생제를 남발해 더 이상 반응을 보이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항생제를 올바르게 사용하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누구나 쉽게 걸리는 감기, 즉 급성 상기도감염과 관련된 항생제 투여 지침을 살펴보면 첫 번째 세균을 죽이는 항생제는 대부분 바이러스가 원인인 단순 감기에는 효과가 거의 없다는 사실을 인지하는 것이다. 두 번째 해열진통제 등으로 낫지 않는 감기는 폐렴, 편도염 등 이차적인 세균 감염으로 이어질 수도 있어서 항생제를 처방하기도 한다. 따라서 세균 감염이 확실할 때만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세 번째 선제적 항생제 사용은 내성만 높이기 때문에 하루 이틀 늦게 투약한다고 병의 예후에 큰 차이는 없으니 조바심으로 항생제를 남발해서는 안된다. 마지막으로 사회 전체가 필요할 때만 항생제를 쓰는 원칙을 반드시 지켜야 할 것이다. 또한 항생제를 복용하다 증상이 호전됐다고 임의로 중단하면 불완전 치료 상태가 돼 내성을 가진 슈퍼 박테리아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의사 선생님 앞에 다시 앉는다. 병원에 다닌 지 꽤 오래 됐는데 왜 낫지를 않느냐고 투정 비슷한 말을 한다. 그런데 돌아오는 답이 “병원을 오다 안오다 하면 안되는데 혹시 약을 띄엄띄엄 드셨나요? 약을 제때 드시지 않으면 나중에 약발 안들어요. 가장 중요한 것은 약보다도 차가운 음료는 절대 먹지 말고, 무리하지 말고 바깥바람도 안되고 몸을 따뜻하게 하고 자라고 그랬는데….” 의사 선생님 말에 반박할 내용이 하나도 없다. 사계절 내내 아이스커피를 손에서 놓지 않았고 목 상태가 우선해지니 약을 먹다 말다 했으며, 내 몸에게 나을 수 있는 시간과 여유를 주지도 않았으면서 몸에 좋을 리 없고 잘 알지도 못하는 ‘쎈 약’ 타령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일교차도 심하고 이래저래 몸이 예전같지 않다. 계절이 오고 갈때 마다 자연도 몸살을 앓는데 사람이라고 다를 게 있겠는가. 꽃들이 차례대로 피고 지기를 반복하는 계절에 여유를 가지라고 몸이 내게 보내는 신호일 것이다. 좋은 음식과 휴식이 빠르지는 않지만 ‘바르게’ 내 몸의 힘을 길러준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지금은 내가 조금 쉬어가야 할 타이밍인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