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유일 마약중독치료기관, 복지부 기준 ‘미충족’ 광주시립정신병원, 혈청분석·뇌파검사기 등 장비 미비 2017년부터 이용자 0명…“치료 가능 환경 조성 절실” 오복 기자

2023년 07월 10일(월) 20:34

이미지=아이클릭아트

광주지역 유일한 마약중독치료기관인 광주시립정신병원이 제 구실을 못한 채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돼 온 것으로 드러났다. 수 년 동안 복지부가 규정한 시설과 인력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채 형식적으로 운영해 온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10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최연숙 의원(국민의힘)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의하면 지난해 말 기준 복지부 또는 시·도지사가 지정한 전국 마약류 중독자 치료보호기관 24곳 중 13곳이 기본적인 기준조차 충족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복지부 기준 ‘미충족’ 치료보호기관 13곳에는 광주시립정신병원이 포함됐다.

마약류중독자 치료보호규정 제3조에 따르면 마약류 중독자 치료보호기관 지정 기준으로 판별검사 및 치료보호에 필요한 ▲혈청분석기 ▲뇌파검사기 ▲정신과 전문의 ▲심리검사요원 ▲그 밖의 부대시설 및 장비를 두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기관 대부분은 혈청분석기와 뇌파검사기 등을 제대로 갖추지 않았으며, 병상 외에 보호실과 격리실 등도 갖추지 않은 상태였다.

특히 당초 법적 기준에 ‘그 밖의 부대시설 및 장비’로 구분돼 구체적인 규정이 없어 병상 외에는 의료기관마다 구비한 부대시설 및 장비가 제각각이었다.

복지부 지정 마약치료전문기관인 광주시립정신병원의 경우 정신과 전문의 3명과 심리검사요원 1명, 병상을 갖추고 있지만 혈청분석기와 뇌파검사기, 별도의 안정실, 격리실, 장치 등은 전무한 상태로 파악됐다.

이 같은 기준 미충족은 실제 기관 이용률 저조로 이어졌다.

해마다 5개의 지정 병상을 운영하고 있는 광주시립정신병원의 경우 마약 중독환자가 치료를 받은 기록이 지난 2017년 이후에 단 한 명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광주시립정신병원 관계자는 “예전에는 법원과 검찰청의 의뢰로 집행유예 등을 받은 환자들이 인계됐지만, 현재는 요청이 없는 상태”라면서 “병원의 인력 부족과 치료 위탁에 따른 결과이기도 하지만 이용자가 없는 상태에서 마약류 관련 시설·장비·프로그램 확대는 실질적으로 힘든 상황”이라고 해명했다.

이에 따라 기본적인 기준을 명확히 개정하고, 실제 치료가 가능한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최연숙 의원은 “복지부가 안이한 태도로 기본 기준 미충족을 방치하면서 치료보호 실적까지 미비한 것”이라며 “현행 규정은 33년 전 만들어진 것으로 현실에 맞춰 전문가 및 현장 종사자 자문·해외 사례 분석 등 철저한 검토를 통해 지정 기준을 조속히 점검하고 개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마약 문제는 ‘징벌’ 뿐만 아니라 ‘치료’적 접근이 핵심이라는 많은 전문가들의 지적처럼 치료에 대한 주도 면밀하고 과학적인 정책이 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오복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