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송’ 피하려 코딩합니다”…문과 취업난에 전공도 ‘환승’ AI사관학교 인문계열 비중 3년새 9%→32% ‘쑥’ 양시원 기자 |
| 2023년 07월 11일(화) 20:5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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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씨는 “결코 쉽지 않은 결정이었지만 점차 설 자리를 잃어가는 문과 일자리에 발전 가능성이 큰 코딩을 배워 새로운 도전을 시작할 수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바야흐로 인문계열의 수난시대다.
대기업들이 문과생의 주요 취업 통로였던 공채를 폐지하고, 정보기술(IT) 관련 인재 채용을 늘리면서 취업에서 문과 전공자들이 설 자리를 점점 잃어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취업난을 타개하고자 기존 전공을 포기하거나 스펙을 쌓기 위해 IT·인공지능(AI) 계열에 새로이 뛰어드는 문과생들의 움직임도 점차 확대되고 있다.
11일 광주인공지능사관학교에 따르면 2020년 개관 직후 모집한 1기 때 전체 수료생 중 9% 비중을 차지했던 인문계열 전공자가 최근 수료한 3기에서 32.7%까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광주인공지능사관학교는 전산업 AI 융합 확산에 따른 전문인력 수요 증가에 따라 관련 기술을 보유한 융합형 실무인재 양성을 위해 설립된 국내 대표 AI 교육기관이다.
1기 때만 하더라도 인문계열 비중은 전공자로 구분되는 컴퓨터공학계열 비중(43.2%)과 5배 가까이 차이가 났다. 그러나 2기(20.4%), 3기에 거쳐 그 비중이 점차적으로 확대, 3기에 접어들어선 컴퓨터전공자 비중(19.8%)을 크게 넘어섰다. 대표적인 비전공자로 구분되는 인문계열의 주객전도가 이뤄진 것이다.
올해 초 모집한 4기에서도 전체 합격자 가운데 인문계열 비중이 28.4%를 차지, 공학계열(23.6%), 컴퓨터공학계열(23.3%), 예체능 등 기타(18.7%), 자연계열(5.7%) 등을 제치고 가장 큰 비중을 보였다.
동구에 본점을 둔 AI·빅데이터 등 소프트웨어 전문교육기관 스마트인재개발원에서도 이 같은 현상은 마찬가지다.
2016년 설립 당시만 하더라도 10명 중 1명 꼴이던 인문계열 전공자 비중은 2021년 35%를 찍고, 지난해에는 39%까지 올라섰다. 같은 기간 컴퓨터공학계열(20%) 전공자 비중의 두 배에 육박한 수치다.
업계에서는 이처럼 늘어나는 문과의 탈전공화 현상이 갈수록 심화되는 취업난과 무관하지 않다고 보고 있다.
스마트인재개발원 관계자는 “인문계열 전공자가 희망하는 대표 일자리인 금융 쪽도 빅데이터 관리 인력을 채용하는 등 설 자리가 점점 좁아지면서, 더 나은 미래를 위해 리스크를 감수하고 시간을 투자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실제 취업시장에서 문과의 취업은 이과에 비해 상대적으로 더 어려웠다.
통계청의 ‘교육기관 졸업자 취업통계’ 자료를 보면 2021년 기준 4년제 대학 인문계열 취업률은 57.3%로 전체 계열 평균(64.1%)에 턱없이 못 미칠 뿐더러, 공학계열(66.4%)과도 10% 가까이 격차가 났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올해 초 매출액 500대 기업을 대상으로 ‘2023년 상반기 신규채용 계획’을 조사한 결과에서도 채용계획 인원 10명 중 약 7명(67.5%)은 이공계열 졸업자가 차지, 인문계열은 32.1%에 불과하는 등 인문계열의 좁은 취업문을 단적으로 보여줬다.
지역에서도 인문계열이 설 자리는 크지 않다. 한국고용정보원 고용행정통계에서 구인구직취업현황을 직종 중분류로 나눠 분석한 결과, 지난 5월 광주에서 1천56명을 구인한 경영·행정·사무직종 구직 건수는 구인 인원 두 배를 훨씬 웃도는 2천413명으로 집계됐다. 기계 설치·정비·생산직(구인 441명·구직 357명), 전기·전자 설치·정비·생산직(구인 372명·구직 537명) 등 이공계열 직종에 비해 구인·구직 간 간극이 가장 컸던 것이다.
/양시원 기자
양시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