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원표 광주 대동약국 약사 “밤늦게 약이 필요할 땐 언제든 방문하세요” ●‘반세기 시민 건강지킴이’ 홍원표 광주 대동약국 약사 48년째 동구 금동사거리 한자리서 매일 오전 2시까지 약국 운영 5·18 당시도 사명감으로 버텨…세이브더칠드런 후원 등 나눔도 안태호 기자

2023년 07월 13일(목) 20:13

홍원표 광주 대동약국 약사

“항상 한결같은 마음으로 몸이 허락하는 한 시민들의 건강을 지키는 데 힘을 보태겠습니다.”

홍원표(74) 광주 대동약국 약사는 동구 금동사거리 한 자리에서 50년 가까이 약국을 운영하고 있다.

특히 홍 약사는 약사의 덕목은 ‘봉사’라고 생각, 40년 넘게 매일 새벽까지 약국 문을 열어 늦은 밤이나 새벽에 아픈 이들의 건강 지킴이 역할을 하고 있다.

홍 약사는 조선대학교 약학과를 졸업하고 지난 1975년 대동약국을 개국했다. 당시에는 통행금지가 있어 자정에 문을 닫았지만, 조치가 해제된 1982년 이후부터는 365일 쉬지 않고 오전 2시까지 영업을 이어오고 있다.

홍 약사가 이렇게 매일 쉼 없이 열정적으로 약국의 문을 여는 이유는 하나다. 약사의 덕목인 봉사의 마음가짐으로 갑작스레 아프거나 약이 필요한 환자에게 약을 제공하겠다는 의지이자 사명감 때문이다.

심야 시간대 약국을 찾은 이들이 ‘늦게까지 운영해 줘 고맙다’고 전하는 감사 인사가 48년간 새벽까지 문을 열어놓게 한 원동력이었다.

홍 약사는 사랑의 열매 등 단체·기관을 가리지 않고 도울 수 있는 일이 있으면 열정적으로 참여해 오고 있다.

이러한 봉사활동의 공을 인정받아 지난 2016년 자랑스러운 동구민상을 수상했고, 심야 약국을 오래 운영해 시민들의 새벽 건강을 책임진 공로도 인정받아 대한약사회 대상도 받았다.

또한 세이브더칠드런이라는 아동 권리 실현을 위해 활동하는 국제구호개발 NGO 단체에도 지난 2018년부터 꾸준히 후원하며 나눔을 실천하고 있다.

홍 약사는 한평생 약국을 운영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으로 5·18민주화운동 당시를 꼽았다.

전남도청과 가까워 시민들이 치료 물품이나 상비약 등을 찾는 일이 많아 약국 문을 닫을 수 없었고, 총을 소지한 군인이 많았지만 ‘약을 공급하는 것이 약사가 해야 하는 일’이라는 사명감으로 두려움을 떨쳐내고 그 시기를 버텨냈다고 회상했다.

현재 광주에는 오전 1시까지 운영하는 다른 공공심야약국들이 생겼지만 홍 약사는 약국을 평일 오전 10시-다음날 오전 2시, 주말엔 오후 6시에 문을 열어 다음날 오전 2시까지 운영하고 있다. 새벽에도 종종 약을 필요로 하는 이들이 있기 때문이다.

홍 약사는 “365일 오전 2시까지 문을 열고 있으니 밤늦게 약이 필요한 분들이 있다면 언제든지 전화하고 방문해 달라”라며 “해열제, 진통제, 소화제 같은 상비약은 집에 미리 갖춰 놓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말했다.

이어 “쉬는 날이 없이 약국을 하다 보니 가족과 함께 여행 가는 것은 생각지도 못하는데, 싫은 소리 한마디 없이 이해해주는 가족들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며 “앞으로도 이곳에서 시민들의 건강을 지키는데 손을 보태고 싶다”고 미소지었다.

/안태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