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순수형태-내재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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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작업에서 구름은 묘하게 애증과 닮았다. 구름에서 벗어나고 싶지만, 또 막상 벗어나자니 그렇게 할 수 없는 모호한 애증의 감정이다. 사랑하지 않으면 미워하기도 힘든 것 같은데 사랑하는 마음이 남아있기 때문에 쉽지 않다. 애증의 감정을 노력으로 극복할 수 있을까?
현대 철학자들은 인간의 이성은 불완전하고, 주체는 분열되어 있으며 ‘나’는 타인을 통해서만 확인되는 존재라고 말한다. 최근 구름이 도화선이 됐던 것은 200호 ‘순수형태-내재율’이 헌법재판소에 소장돼 있다는 사실을, 지인을 통해 늦게 확인하면서부터다. 많은 사람들이 봇물 터지듯 “나는 옛날에 그린 유화 구름을 좋아한다”고 아주 가까운 쌍둥이 형님부터 화상과 전문가들까지 은근슬쩍 환기해 주고 있다. 매 시기 작업의 전환점에서 가장 주춤하게 하는 순간이다. 구름을 그렸을 땐 아무도 내 그림을 부정한 사람이 없었고 관람자들의 반응 또한 명료했다. 근데 구름 이후 작업을 하면서 계속 긍정과 부정의 갈등상태로 이러쿵저러쿵 얘기하는 사람들이 많다. 자연과 인간의 생명 에너지를 표현했는데도 주홍 글씨처럼 구름 이미지는 계속 따라다닌다.
꽤 오랜 시간 동안 뭔가를 완벽히 해야 한다는 강박이 끊임없는 매듭처럼 이어지고 있다. ‘구름’에서 시작된 자연주의적 조형 의식은 재현에서 벗어나 ‘일 획 속 섬’이 돼 어디로 가는 걸까? 잠자면서도 꿈속에서도 생시와 똑같이 그랬던 동복 시절처럼 선명한 구름으로 돌아갈지 망설여지는 지점인데, 분명 그때의 구름과는 좀 다른 느낌이다. 예를 들어 동복에서 낮에 뜨는 달을 봤을 땐 그리지는 않았지만, 세월이 지난 지금 그 ‘달’을 그리고 싶은 게다. 광대하고 고요하며 희미하게 빛났던 ‘낮에 뜨는 달’ 말이다.
<대인동에서 화가 강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