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 문학 외연 확장…그 깊이를 조명하다 ●박철영 문학평론가 두번째 평론집 ‘층위의 시학’ 지역문인, 오월시 동인 작품 및 계간시평 다뤄 계절·시간 속 변화하는 시인의 상상력에 주목 최명진 기자

2023년 07월 16일(일) 19:04

“시인의 마음과 가장 닮아있는 시적인 고유성을 ‘시간’과 ‘계절’이 교차하는 ‘층위’ 안에서 찾고자 했습니다. 시 속에는 시인이 지향하는 모습이 숨겨져 있다고 생각합니다. 문학을 통해 자기 정신을 구현한 것이죠. 우리에게 미처 전해지지 못한 그들의 메시지를 오롯이 전달하고 싶어요.”

지역 시인들의 다양한 사유를 들여다볼 수 있는 평론집이 출간돼 눈길을 끈다.

박철영 문학평론가의 두번째 평론집 ‘층위의 시학’(도서출판작가刊)이다.

박 평론가는 2002년 ‘현대시문학’ 시, 2016년 ‘인간과문학’으로 평론에 등단했다. 시로 문학활동을 시작한 만큼 그는 평론집 속에 시인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 작품 속 시의성을 최대한 끌어내고자 했다.

박 평론가는 “그동안 시를 써오면서 지역 시인들의 작품이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 점이 매우 안타까웠다”며 “광주·전남 문인들의 시 작품을 비롯해 오월시 동인들의 작품, 계간 시평으로 각 문예지에서 선정된 시에 대한 평론을 실었다”고 설명했다.

책은 총 4부로 구성돼 있다. 1부 ‘풍경과 사유’에서는 박관서·김종·강경호·조창수 시인 등 작품론을 실었고, 2부 ‘시적인 것’에서는 조동범·정민나·김수진·황희경·이영춘·허형만 등 작품을 밀도 있게 평했다. 3부 ‘상상력과 상관성’에서는 김지란·이재연·선종구·장철문·문정영·김금란·박수림·주선미·김은우·권선희·김명리·권오성·김춘리·박성규·이창훈 등의 시세계를 조명했다. 마지막으로 4부 ‘형상과 표상’에서는 김정옥·박수원·곽문호·오현정·복효근·김봄서·박주이·서지숙·권오영·김영희·박봉철·이윤희·나호열·김건화 등의 시세계를 다뤘다.

평론집 ‘층위의 시학’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는 박철영 평론가.

또 그는 ‘층위의 시학’이라는 제목을 짓게 된 이유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박 평론가는 “층위라는 단어가 우리 문학인들이 갖고 있는 모든 사회 현상을 아우른다고 생각해 시집 제목을 이같이 정하게 됐다”며 “우리의 삶, 시간, 계절 그리고 과거와 현재, 미래가 켜켜이 쌓인 이 작품들이 시대에 어떤 의미를 던져주는지 살펴봤다”고 말했다.

50여 명이 넘는 시인들의 작품을 평론하면서 반복된 문장이나 자기 표절이 일절 들어가지 않았다는 점도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그는 “시인들 각각이 살아온 삶은 결코 중복될 수 없다”며 너무나 개별적이고 특별하기에 항상 새로운 문장으로 그들의 작품을 이야기하는 건 당연한 일”이라고 밝혔다.

이승철 한국작가회의 이사는 이번 평론집에 대해 “박철영은 아무도 주목하지 않은 시인들의 목소리와 몸짓을 자기화하고, 그들이 지닌 문학적 총기를 새롭게 발견함으로써 한국문학의 위용과 공감을 확대하고 있다”며 “저 밑바닥 어딘가에 한없이 귀중한 문학적 텍스트로 내장돼 있지만 그걸 허투루 보는 이즈음의 문학적 풍토 속에서 그가 설파하는 ‘시간과 계절 속의 층위의 시학’은 찬사를 받아야 마땅하다”고 평했다.

한편, 박철영 평론가는 시집 ‘비 오는 날이면 빗방울로 다시 일어서고 싶다’, ‘월선리의 달’, ‘꽃을 전정하다’, 산문집 ‘식정리 1961’, 평론집 ‘해체와 순응의 시학’ 등의 저서를 펴낸 바 있다. ‘더좋은 문학상’을 수상했으며 순천작가회의 회장을 역임했다. 현재 ‘시와사람’ 편집위원, ‘현대시문학’ 부주간, 한국작가회의 회원, ‘숲속시’ 동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최명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