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면 철거’라던 화정 아이파크 ‘부분 철거’한다니

2023년 07월 16일(일) 19:17

HDC현대산업개발이 광주 서구 화정아이파크 공사 현장에서 입주 예정자들을 대상으로 진행하려던 해체계획 설명회가 파행으로 끝났다. 철거 범위가 지하층을 제외한 지상층 전체로 알려졌던 상황에서 지상 1-3층 상업시설은 그대로 두기로 한 때문이다.

지난해 5월 정몽규 회장은 완전히 철거하고 새로 짓는 것이 고객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가장 빠른 길이라고 밝혔다. 입주 예정자들을 ‘공사 기간이 길어진다’는 현산의 어려움을 감안해 지하층에 한해 철거 범위를 양보했다면서 지상 존치에 대해선 어떠한 사전 안내도 없었다고 반발한다. 이들은 안전성에 대해 지적하고 있다. 사람의 하체가 단단해야 일어서고 달릴 수 있듯이 건물도 하부가 견고해야 상부가 버틸 수 있다는 것이다. 거주 공간이 아니라고 해도 철거되지 않은 3개 층을 보거나 이용하면서 느낄 불안감은 어떻게 해소할 거냐는 질문도 쏟아졌다.

뒷통수를 맞았다며 분노를 삭이지 못하고 있다. 광주 시민들도 부분 철거라며 강하게 비난하고 있다.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충분한 설명과 소통을 위한 노력이 부족했다고 얼버무려 넘어갈 일이 아닌 것 같다. 철거의 범위는 핵심 사안이다. 지상 3개 층은 그대로인데, 그 누가 이를 전면 철거로 판단하겠는가. 일반 상식선의 문제다.

한쪽 모서리와 벽체 일부가 부서져 흘러 내린 201동은 사고 발생 1년 6개월이 지나도록 방치돼 있다. 현산 측은 2개 단지 8개 동 전체를 철거하고 신축하기로 했다. 완료 시점은 2025년 상반기다. 높이 130m 최고 39층 아파트 부실 시공으로 모두 7명의 사상자를 냈는데, 지금에 와서 입주 예정자들을 기만하고 있다.

결국 전면 철거 약속은 기업의 위기를 모면하기 위한 얕은 술수였는지 물을 수 밖에 없다. 사과의 진정성도 의심받고 있다. 모든 게 보여주기 식이었다. 현산은 해체계획 검토 결과를 설명하는 자리를 따로 마련하기로 했다.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조치를 담아야 한다. 공감 가능한 방안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