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량제 사문화로 수의계약 안전장치 전무하다는데

2023년 07월 18일(화) 20:36

지자체 수의계약을 둘러싼 의혹과 잡음이 속출하고 있다. 지난달 광주시 북구 행정사무감사에서는 폐기물 처리와 관련해 업체 3곳이 2018년부터 410건 32억원 가량의 수의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됐다. 신정훈 북구의원은 “조건에는 부합하지만 총 금액이 크고 횟수가 많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앞서 서구의회에선 임성화 의원이 임시회 본회의 5분 자유발언을 통해 “서구청이 스마트 공유 주차 플랫폼 ‘해온’ 구축사업을 위해 5억원을 투입했음에도 혁신제품이라는 이유로 경쟁입찰을 진행하지 않았다”며 “자격·실적 검증이 제대로 되지 못했다”고 꼬집었다. 수사기관이 비위를 확인한 사례도 종종 드러나고 있다. 현직 지방의원 가운데 ‘지방계약법 위반’이나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로 기소되기도 했다.

수의계약은 계약 주체가 상대방을 입찰에 의하지 않고 선택해 체결하는 것으로 ‘비리의 온상’이라는 꼬리표를 떼지 못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 따라 추정가격 2천만원 이하로 수의계약이 가능하나 이를 악용해 일감 몰아주기 또는 나눠먹기, 자격 미달업체 선정 등 특혜 시비가 끊이지 않는다. 일부 의원들은 제 잇속을 챙기기 위한 얄팍한 술수로 비난을 자초하고 있다. 물론 연간 계약 횟수를 제한하는 부분적 총량제를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사유서를 제출할 경우 예외 항목에 포함돼 사실상 사문화됐다. 온갖 부정과 부적절한 방법이 동원되고 있다. 신규 지역업체의 진입 장벽이 높고, 지역경제 활성화 취지에 반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제도적 안전장치가 지나치게 허술하다는 점에서 지속적으로 개선해야 하겠다. 본래의 기능을 할 수 있도록 계약방식에 대한 보완이 시급히 이뤄져야 할 것이다. 고질적인 독과점 폐단부터 극복해야 한다. 나쁜 관행으로 똬리를 틀고 있다. 투명하고 공정한 재정 집행을 위해 조례 제정도 필요하다. 수의계약을 무분별하게 남용한다면 혈세 낭비 등 주민에게 직접 피해가 돌아간다. 지방의원들의 자정 노력도 요구되고 있다. 행정 편의적 접근을 경계해야 한다. 더욱 엄격하게 관리돼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