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연 속 일렁이는 물결…현시대 ‘물’ 의미 고찰 김25 작가 ‘조우하다 방주(方周)’展…27일까지 은암미술관…기후위기·환경문제 메시지 담아 최명진 기자

2023년 07월 19일(수) 19:43

김25 작가가 작품 ‘노아의 방주’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최명진

“결국은 기후위기 시대, 환경과 관련된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현대인에게 물이 갖는 의미는 어떤 것인지 생각해볼 수 있는 전시가 되길 바랍니다.”

회화와 텍스트의 심미적인 표현을 통해 작품세계를 펼쳐오고 있는 김25(kim25) 작가가 신작들로 돌아왔다.

오는 27일까지 은암미술관에서 열리는 개인전 ‘조우하다 방주(方舟)’에서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다.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신작인 ‘노아의 방주’를 비롯한 대작 30여점과 드로잉 등 소품 40여점을 선보인다.

최근 몇 년 간 ‘바다’ 시리즈에 천착해오고 있는 작가의 이번 신작은 조금 더 추상에 가까워진 물 그리고 바다 풍경이다.

“물이란 게 매 찰나가 다른 것이잖아요. 순간의 감흥이 시적 언어를 통해 바다와 함께 흐르는데서부터 작품은 시작됩니다.”

300호 크기의 ‘노아의 방주’ 작품은 붉은 빛의 파도와 물결이 매력적이다. 마치 현실과 신비의 경계에 서있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성경 속 등장인물인 노아와 가족들은 ‘방주’ 덕분에 40일 간의 대홍수 속에서도 무사히 살아 남을 수 있었다.

작가는 인류의 구원을 상징하는 서사를 작품에 담아 파도 앞에 선 인간의 유한함을 일깨우는 한편, 이성적 존재로서 자연으로부터 독립해있는 우리를 발견하게 한다.

“어쩌면 모든 바다가 역경과 함께 하나의 항해 과정인 인간사를 보여주는 게 아닌가 싶어요. 과학과 기술을 앞세운 현대문명은 인간소외, 기후위기, 전쟁 난민 등과 같은 폐해를 낳았습니다. 인간의 욕심은 심판의 시기를 앞당겼고, 우리는 자연의 시각에서 모든 걸 다시 생각해봐야 합니다.”

작품 속 너울거리는 물결 속 텍스트들은 성경 속 ‘노아의 방주’ 부분과 문학 작품인 오디세우스의 여정 글귀다. 수많은 역경을 헤치고 고향으로 돌아가려는 오디세우스의 모습은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모습과도 맞닿는다.

전시장 한쪽에는 토네이도를 연상케 하는 ‘용틀임’ 작품들도 선보이고 있다.

“토네이도는 기상이변 중 하나인데, 한국에선 용틀임을 출세와 성공의 부적으로 여기잖아요. 동양의 용틀임 현상으로 희망을 나타내고자 했습니다.”

끊임없는 변주를 통해 다양한 작품세계를 선보이는 작가는 앞으로도 여러 대상들과의 ‘조우’로 인류사회를 이야기할 예정이다.

김진엽 한국평론가협회장은 이번 전시에 대해 “김25의 바다는 우리의 삶과 그 여정인 역사를 상징한다. 끊임없이 변화하는 바다는 우리 삶의 희망과 절망, 안정과 불안, 생성과 소멸을 담고 있다”며 “파도의 부단한 파동처럼 작품 속 언어들은 파도의 몸짓을 타고 신비라는 영원의 세계로 우리를 인도하는 듯하다”고 평했다.

/최명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