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약자 코스프레 vs ‘광주다움’ / 김욱 |
| 2023년 07월 19일(수) 20:0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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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래에 들어 이 ‘코스프레’라는 단어는 단순히 놀이문화를 표현하는 의미뿐 아니라 사회 전반에 걸쳐 본인의 위치나 상황을 의도를 갖고 실제와 다르게 표현하는 사람을 지칭하는 단어로 자주 사용된다.
정치집단, 노사분쟁, 일반가정에 이르기까지 과거와 달리 갈등이 있는 곳엔 이해당사자 간 서로 약자를 자처하며 상대를 강자로 몰아세우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난다. 서로 약자로 보이기 위해 만인을 향해 “내가 약자다” 소리라도 질러야 덜 손해 볼 것 같은 시대다.
민선 8기 지방정부 출범 후, 강기정 광주시장의 취임과 함께 굵직한 사업들이 활발히 추진됐고, 일정 기간 동안 혼란은 불가피했다. 그러나 현재는 민간과 공공부문의 원활한 협조를 통해 안정된 궤도에 진입한 사업들이 적지 않다.
이중 비교적 성과와 진도율이 높은 사업 중 하나가 ‘공공기관 구조혁신 사업’이다. 지난 2월 광주시는 연구용역을 거쳐 시 산하 8개 공공기관을 4개 기관으로 통합한다고 발표했다. 대표적으로 김대중컨벤션센터와 광주관광재단의 통합이 결정됐고, 5월에는 ‘광주관광공사’ 관련 조례가 통과돼 8월 초 공사출범을 앞두고 있다.
광주관광재단을 해산하고 지방공기업인 김대중컨벤션센터가 조직과 기능을 흡수해 광주관광공사를 출범하는 방식은 민선 8기 광주시의 관광활성화에 대한 의지와 그동안 광주 관광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반증이기에 통합될 기관의 일원으로서 부담이 가볍지 않다. 광주시와 통합기관 구성원 모두 상호 간 신뢰와 배려를 바탕으로 적극적인 협조가 필요한 시기이다.
전광석화 같은 물리적 통합의 속도와 다르게 양 기관의 구성원들의 이질감을 없애는 화학적 통합은 아직 갈 길이 멀다. ‘물리적’ 통합이 주는 득과 실이 양 기관 그리고 개개인에도 차이가 있기에 쟁점을 피할 수 없고 때론 누군가의 양보가 필연적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양 기관 직원들은 서로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쟁점사항에 대한 합리적 기준 마련에 노력해왔다.
하지만 최근 언론기사를 통해 구성원 중 일부가 미래의 동료를 향해 사용한 부적절한 표현은 그간 신뢰를 쌓아오던 양 기관 모두의 기운을 빠지게 하는 전형적인 ‘약자 코스프레’다. 이기적인 언행이 개인에게 어떤 이득을 가져다줄 지는 모르지만 모범적인 통합을 열망했던 양 기관의 노력이 일부의 이기심으로 폄훼된 것 같아 아쉬움이 남는다.
특히 이런 불필요한 언사들로 인해 지역 공공기관 최고 수준의 경쟁률을 통과해 입사한 젊고 유능한 직원들이 통합목적에 다시 한번 의구심을 갖게 된 점이 아쉽다. 더욱이 관광공사 출범 이후에도 짧지 않은 기간 화학적 통합을 위한 혼란이 불가피할 것이 자명하기에 ‘약자 코스프레’로 불필요한 갈등을 유발하기보다 따뜻한 말과 신뢰의 표현으로 진정한 파트너이자 동료가 되는 노력이 중요할 것이다.
김대중컨벤션센터 직원들은 마땅한 관광자원이 없는 광주에서 교통, 산업, 인구수 등 경쟁도시에 비해 열악한 환경을 딛고 김대중컨벤션센터를 호남 대표 전시컨벤션센터로 키워왔다. 광주관광재단 또한 여러 악조건 속에도 광주관광 활성화를 위해 부단히 노력해왔다. 이제 양 기관이 각자의 영역에서 보여준 성과와 실력을 하나로 모아 시너지를 만들고 ‘광주관광 활성화’를 위한 동력으로 사용해야 한다. 이 과정에는 공감과 배려의 언어가 바탕이 돼야 하고 불신과 기만은 배척돼야 한다.
민선 8기 광주시는 ‘내일이 빛나는 기회도시’를 기치로 쉼 없이 달리고 있다. 곧 출범할 광주관광공사 구성원들은 약자를 자처하기보다 서로 ‘네 일’을 응원하며 ‘내 일’이 빛나는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
광주는 굴곡진 현대사의 중요한 순간 약자로 남기보다 용기있는 ‘강자’의 길을 선택했고 그 바탕엔 희생과 배려라는 ‘광주다움’이 있었다. 출범하는 광주관광공사 구성원들도 서로의 실력과 능력을 인정하고 ‘네 일’을 응원하는 것이 비로소 ‘광주관광 활성화’로 가는 길이라는 점을 상기하며 부디 이번 통합에 상호 존중과 배려가 넘치는 ‘광주다움’이 깃들길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