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 농산물 가격 폭등…밥상물가 ‘비상’ 한 달 새 시금치 가격 218%·청상추 186% ‘껑충’ 흑해곡물협정 종료·하반기 원윳값↑등 악재 겹쳐 양시원 기자

2023년 07월 19일(수) 20:55

사진=연합뉴스

역대급 폭우와 국제 곡물가격 상승으로 인해 밥상 물가에 비상이 걸렸다.

수확기를 맞아 출하를 앞뒀던 농산물 피해로 거래 가격이 급등한 데다 우크라이나 ‘흑해곡물협정’ 종료 등 대내·외 악재가 겹쳤기 때문이다.

19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에 따르면 전날 기준 광주에서 적상추(상품) 4㎏는 5만4천600원에 거래됐다. 1주일 전보다 45.2%, 한 달 전에 비해서는 무려 177.1% 뛴 값이다. 같은 기간 청상추(상품) 4㎏도 4만9천600원에 팔려, 1주일 전보다 35.5%, 한 달 전과 비교해 무려 185.8%나 값이 올랐다.

비단 상추만의 일이 아니다. 시금치(상품) 4㎏은 1주일 전보다 21.4%, 한 달 새 217.9%, 얼갈이배추(상품) 4㎏도 1주일 전보다 25.4%, 한 달 전 대비로는 115.9% 비싼 값에 판매되는 등 엽채류 전반에 걸쳐 폭발적인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당초 올해 들어 봄철 냉해, 이른 무더위로 작황이 좋지 않던 상황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폭우까지 겹치며 무르기 쉬운 엽채류의 피해가 컸던 영향이다. 수확기를 맞아 출하를 앞뒀던 복숭아 등의 청과물도 낙과 피해, 상품성 저하 등 장마 피해를 비껴가기 힘들었던 만큼 가격이 뛰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 10일부터 내린 비로 18일 오전 6시까지 여의도 면적(209㏊)의 107배에 달하는 전국 농지 3만1천64.7㏊가 침수됐다. 비닐하우스와 축사 등 농업시설 35㏊도 파손됐다.

기록적인 폭우 탓에 닭고기 값도 지난해보다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지난 18일 기준 닭고기 소매가격은 1㎏에 6천356원으로, 지난해 같은 날(5천689원)과 비교해 11.7% 상승했다. 지난해보다 닭고기 공급량이 4% 가량 줄어든 상황에서 최근 집중호우로 육계 51만4천마리가 폐사한데다, 여름철 닭고기 수요 증가와 맞물리면서 가격 상승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더욱이 본격적인 여름 휴가철에 접어들면서 농산물 수요가 늘어난 상황에서 급등한 가격이 추석 연휴까지 지속, 전반적인 물가 상승을 견인하는 ‘애그플레이션’로 이어질 것이라는 가능성도 나온다.

이에 더해 러시아의 흑해곡물협정 연장 거부란 대외 악재도 겹쳤다. 전쟁 중에도 우크라이나의 곡물 수출을 보장한 해당 협정이 종료되면서 내림세를 거듭하던 국제 곡물 가격이 강세로 전환될 전망이다.

우크라이나는 세계 주요 곡물 생산국으로 흑해 항로를 통한 곡물 수출길이 막히면 밀, 옥수수 가격이 오르고 이를 주재료로 쓰는 빵, 면 등 식품 가격도 인상될 수 있다. 우크라이나산 곡물을 주로 사료용으로 쓰는 국내 업체들의 생산비 증가에 따른 축산물 가격 오름 가능성도 예측된다.

하반기엔 우유 원윳값 인상도 예정돼 있다. 마시는 흰 우유 제품 뿐 아니라 빵, 커피 등 우유를 원료로 쓰는 제품 전반의 가격 인상도 불가피하다.

낙농가와 유업계 관계자 등으로 구성된 낙농진흥회 소위원회는 지난달 9일부터 인상률을 결정하기 위한 협상을 벌이고 있다. 올해 우유 원유 가격은 ℓ당 69-104원 범위 내에서 가격 인상 폭이 정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현재 ℓ당 원유 가격은 996원인 만큼 최소 폭으로 올려도 ℓ당 1천원을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원유 가격이 ℓ당 49원 올랐을 때 우유업계는 흰우유 1ℓ 소비자 가격을 2천800원 안팎으로 약 10% 올린 바 있다. 올해는 최소 인상분이 지난해보다 더 큰 69원인 만큼, 지난해와 유사하게 10%만 올린다 하더라도 흰우유 가격은 ℓ당 3천원을 넘길 전망이다.

낙농가와 유업계의 의견 차이가 좁혀지지 않으면서 당초 이날 예정된 협상도 결렬, 24일 협상을 재개키로 했다. 올해 협상 기한은 당초 지난달 30일에서 오는 24일까지 두 차례 연장된 상태다.

/양시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