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숙자의 '작은 학교이야기']장맛비와 생태적 인식전환의 교육 |
| 2023년 07월 20일(목) 19:5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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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학교는 바쁘다. 선생님들은 학기말 성적 산출이며 생활기록부 작성으로 부산하게 보낸다. 거기다가 학기말에 한껏 느슨해진 아이들을 단돌이 하느라 숨 고를 겨를이 없다. 선생님은 바쁘지만 아이들은 여유롭다. 오늘도 점심시간에 아이들은 둥이(관사에 살고 계시는 진로선생님의 애견으로 점심시간에 등장하는 우리학교의 또 하나의 아이다)와 함께 뛰어논다. 3월에 심어 꽃을 피운 뒤뜰 허브밭 속에서 까르르 웃음꽃을 터트린다. 교문과 과학실 건물 벽 아래 정성스럽게 심어진 메리골드며, 2층 복도에 소담이 자리잡고 있는 토레리아는 선생님들의 사랑과 정성으로 꽃망울을 맺는다. 교문 맞은편 마을에서 만들어 준 한 평 꽃밭에 흐드러지게 피어 있는 백일홍은 아이들이 꽃처럼 예쁘게 자랐으면 하는 면민들의 바람으로 빗속에서도 꽃빛이 영롱하다.
7월의 가장 큰 숙제는 교육공동체가 참여한 1학기 교육과정 평가회다. 1학기 말에 열리는 교육과정 평가회는 한해 교육활동의 중간 점검이자, 2학기 교육활동을 위한 피드백 자료여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평가회는 학생, 학부모, 교직원 3주체가 함께 머리를 맞대고 논의해야 한다. 아직 고흥점암중앙중학교는 준비가 필요하다. 하여 아이들의 평가회는 학생회가, 교직원과 학부모는 교무부가 주관하여 따로 따로 1학기 교육활동 평가회를 갖기로 한다.
아이들은 정직하다. 평가서에는 자신의 생활 습관 때문에 아침걷기에 참여하지 못하고 담당부서로서 전체 학생들에게 피해를 줬다고 고백한다. 또 어떤 아이는 부서장(원)으로서 민주적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했다고 반성한다. 그러면서도 계획했던 활동 속에서 무엇이 의미로웠는지, 무엇이 문제인지, 어떻게 개선해야 할지 여부에 대해 빼곡히 적혀 있다. 학생자치활동의 효과일까? 아이들의 성장 속도가 대나무와 같다. 아이들이 가장 뿌듯해 하는 활동은 환경부에서 주관한 텃밭가꾸기다. ‘자신이 생산한 것을 함께 나누는 경험은 태어나서 처음이며, 학생이 원하는 학교 그 자체’라고 한다. 사실 텃밭가꾸기는 우리학교 생태환경교육 일환으로 공들인 교육활동이긴 하지만, 어른들은 단지 아이들이 텃밭을 예쁘게 가꾸어 갈 수 있도록 나무로 경계를 나누고 트레이를 만들어 주었을 뿐이다. 그런데 아이들이 이렇게까지 격한 반응을 보이다니…. 실로 텃밭가꾸기의 효과는 놀랍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던 차에 최근 서울시 의회가 ‘학교텃밭 활성화 지원 조례’나 ‘생태전환교육에 관한 조례’를 폐지했다는 소식이 들렸다. 어제 오늘 여기저기서 일어난 재난은 우리의 이기적 행동의 결과다. 개인의 행복만을 좇는 산업문명적 행동, 그것은 무서운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교육은 국가행정적 차원에서 보면 한 부분으로 보일 수 있지만 모든 곳에 다 연결돼 있다. 더구나 평생교육시대에 교육의 장은 사회 전체가 교육현장이다. 교육현장에서 생태문명적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그 시점에 오히려 관련 조례를 폐지했다는 서울시의회의 처사와 안목은 참으로 실망스럽다.
한 학기를 마무리하며 교육을 다시 생각해 본다. 텃밭활동에서 보았듯이 교육이란 아이들이 제 힘으로 싹을 틔워낼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다시 말해 울타리를 만들어 주고 틔운 싹 하나하나의 결과 꼴이 드러날 수 있도록 지지하고 응원해 주는 것이다. 그리하여 스스로 피워낸 꽃을 온 마을(사회)이 그 꽃 자체로 예쁘게, 그것도 아주 오랫동안 예쁘게 보아 주는 것일 게다. 생태적 인식 전환의 교육, 더 이상 늦출 수 없다. 지금부터 새롭게 시작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