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하기 힘들수록 잘 팔린다…유통가 ‘헝거 마케팅’ 후끈 먹태깡·점보도시락 등 출시 이후 품귀 대란 지속 3-4배 웃돈 얹어 판매…소비자 피로도 증가 비판도 양시원 기자

2023년 07월 20일(목) 20:20

한정된 물량만 판매해 소비자의 구매 욕구를 자극시키는 ‘헝거 마케팅’이 인기다. 사진은 당근마켓에서 ‘먹태깡’, ‘점보 도시락 컵라면’을 판매하는 게시글.

“남들보다 빠르게 인기 있는 제품을 자랑할 수 있다면 웃돈 조금 더 지불하는 건 하나도 안 아까워요.”

포켓몬 빵으로 이름을 알린 이른바 ‘헝거 마케팅’(한정판 마케팅)이 과자, 주류 등 전 식품군으로 퍼져나가는 모양새다.

한정된 물량만 판매해 소비자의 구매 욕구를 더욱 자극시키는 해당 마케팅 기법은 특히 사회관계망서비스(SNS)가 활성화됨에 따라 더욱 큰 효과를 보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헝거 마케팅이 매출 증대라는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하지만, 일부 소비자들은 매일같이 신제품이 나오는 유행 주기가 짧은 식품 시장에서 ‘반짝인기’보다 반감효과가 더 클 것이라는 비관적인 의견도 내놓고 있다.

20일 지역 생활 커뮤니티·중고거래 어플리케이션 ‘당근마켓’에서 ‘먹태깡’과 ‘점보도시락 컵라면’ 등 최근 SNS를 뜨겁게 달군 상품들을 검색해보니 ‘먹태깡 한 봉에 5천원’, ‘점보도시락 2만원 판매’ 등 해당 제품을 판매하는 수십개의 게시물이 줄지어 나열됐다.

판매자도, 판매금액도 모두 제각각이었지만, 하나같이 기존 판매가보다 수 배가량 높은 가격을 책정했다는 점에서는 공통된 모습이었다. 농심이 출시한 먹태깡의 경우 기존 소비자가격 1천700원보다, GS25가 기존 86g 팔도 도시락을 729g으로 늘려 8천500원에 판매한 점보도시락 제품 모두 적게는 두 배 많게는 서너배 가량 비싸게 판매되고 있었다.

앞서 지난달 26일 자사 제품 ‘새우깡’ 후속작으로 탄생한 먹태깡은 출시 일주일만에 초도 물량 100만봉이 완판되고, 3주만에 172만봉이 팔려나가는 등 인기가 뜨겁다. 이에 공급이 수요를 못 따라가면서 품귀현상마저도 이어지고 있다.

편의점 본사의 발주 제한은 물론, 지난 19일 이커머스 플랫폼 티몬에서 ‘10분 어택’으로 판매된 ‘먹태깡 16봉들이 한 상자’ 상품은 20만명 이상이 몰리며 준비 물량 230상자가 44초만에 품절되기도 했다.

GS25가 한정 수량 판매로 지난 5월 말 내놓은 ‘점보도시락’ 제품도 마찬가지다. SNS 인증용으로 인기를 끌며 출시 2-3일 만에 물량 5만개가 완판되며 화제를 모았다.

과자나 라면 뿐 아니라 롯데아사히주류가 최근 정식 출시한 일명 ‘뚜껑 맥주’로 인기를 끈 ‘아사히 수퍼드라이 생맥주 캔’ 제품도 본 출시에 앞서 지난 5월 초도물량을 출시, 품귀대란을 이끄는 등 헝거 마케팅이 유통업계의 성공 마케팅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신제품 출시에서 예측하기 쉽지 않은 발주 물량을 가늠해볼 수 있을 뿐더러 이들 제품처럼 한 번 입소문을 타기 시작하면 물량이 풀리더라도 매출이 어느정도 보장되는 만큼 업계에서는 성공적인 마케팅 전략으로 자리잡았다”고 설명했다.

반면, 이를 바라보는 소비자의 시선은 탐탁지만은 않다. SNS를 자주 접하는 만큼 헝거 마케팅을 노리는 제품이 많아질수록 피로도가 적잖이 쌓일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대학생 정모(25)씨는 “유행에 민감한 MZ세대에게는 이들 제품 구매가 유행에 뒤쳐지지 않기 위한 일종의 오락이기도 하지만, 발품 팔거나 돈을 더 들이지 않고서는 사지 못하는 만큼 반발심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양시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