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기보다 비싸다”…긴 장마에 채솟값 ‘천정부지’ 한 달 사이 상추 166%·시금치 119%·배추 50% ‘껑충’ 광주 이마트 채소 매출 1.7%↓…로컬마트 매대 ‘텅텅’ 양시원 기자

2023년 07월 24일(월) 20:43

“쌈 채소가 정말 삼겹살보다 비싸요. 도저히 구매할 엄두가 안 나요.”

24일 광주 북구 일곡동 한 기업형 슈퍼마켓(SSM) 채소 코너에서 깻잎과 상추를 들었다 놨다 반복하던 주부 정은영(47)씨는 한숨을 내쉬었다. 해당 매장에서는 청상추 100g이 3천980원, 적상추 100g 3천480원, 깻잎 20장 2천480원에 가격이 책정돼 있었다.

이 곳에선 삼겹살 100g을 3천150원에, 한우 국거리 100g은 4천633원에 팔았다. 같은 중량으로 봤을 때 쌈 채솟값이 고기보다 비싸다는 말이 우스갯소리로만 치부될 것이 아닌 셈이다.

직원 문모(54)씨는 “본래도 여름철엔 채소가 녹고 품질이 좋지 않아 소비자 구매가 덜하나 올 여름엔 가격까지 껑충 뛰며 판매 감소세가 유별나다”며 “상대적으로 저렴한 인근 하나로마트 로컬푸드직매장으로 소비자가 발길을 돌리는 일도 비일비재하다”고 말했다.

이어 방문한 로컬푸드직매장에서는 설명처럼 채솟값이 상대적으로 저렴했다. 그러나 매대 곳곳이 텅 비어 있었다. 적상추 등 상품은 동이 나있고 판매 품목 또한 가짓수가 현저히 적었다. 텅 빈 매대 위에는 ‘기상악화로 인해 현재 로컬상품 공급이 원활하지 않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이처럼 귀한 존재가 된 채소 가격이 한 달 째 이어진 장맛비에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정부는 불확실성과 변동성이 큰 채솟값이 향후 물가 안정에 걸림돌이 되지 않을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에 따르면 이날 기준 양동시장에서 대표 쌈 채소로 분류되는 청상추와 적상추는 100g당 1천820원에 팔렸다.

고작 1주일 사이 13.7%, 한 달 전보다는 166.4%나 가격이 치솟은 것이다. 얼갈이배추(1㎏)도 3천160원에 팔려 1주일 전보다 17%, 한 달 전과 비교할 때 50.4% 올랐다. 이 밖에 한 달 새 시금치(100g)가 118.9%, 열무(1㎏)도 79.4% 비싼 값에 팔리는 등 채솟값 오름세가 심상치 않은 상황이다.

채솟값 폭등은 한달 동안 반복된 집중호우로 전국 농지 침수 피해가 속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장마와 폭염 속 기후 영향을 많이 받는 채소류 가격이 크게 올라 음식점에서는 반찬 가짓수를 줄이는 등 고육책을 쓰고 있는 실정이다.

소비자들도 채솟값이 오르자 자연스럽게 소비를 줄이고 있다.

지난달 25일부터 이달 23일까지 광주지역 이마트 3개점(광주·봉선·광산점)의 채소 전체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7% 감소했다. 품목별로 시금치(-9.6%), 오이(-5.5%), 깻잎(-5.4%), 애호박(-4.6%), 상추(-0.2%) 등 채소류 전반에 걸쳐 매출이 줄었다. 이 기간 채소 가격이 치솟은 것을 감안했을 때 판매 물량은 더욱 감소했을 것이라는 것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처럼 집중호우로 추가 피해가 잇따를 경우 채소류 등의 농축수산물은 전체 물가의 변동성을 확대할 수 있다.

실제 2020년 9월 긴 장마에 농산물 등의 가격이 상승하면서 농축수산물은 12.8% 올라 전체 물가 상승률에 대한 기여도가 1.04%p에 달했다. 당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0.9%였던 점을 고려하면 물가 전체를 농축수산물이 끌어올린 셈이다. 장마가 끝난 뒤에도 8월 폭염, 9월 태풍 등 당분간 이어지는 기상 악재가 3분기 밥상 물가의 주된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기획재정부는 관계부처와 협의를 거쳐 수해와 맞물려 가격 불안이 커지는 농수산물 품목별로 수급 관리를 강화한다는 방침을 내놓았다.

/양시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