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동기 남녘현대사연구소장 “역사정의 시민모금은 ‘제2의 독립운동’” ‘제3자 변제 거부’ 응원 213명 직접 찾아가 모금활동 안태호 기자 |
| 2023년 07월 25일(화) 20:2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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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정부의 제3자 변제에 반발하며 판결금 수령을 거부하고 있는 강제동원 피해자 4명을 응원하기 위해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이 전개하고 있는 ‘역사정의 시민모금’에 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 이가 있어 지역사회에 귀감이 되고 있다.
해당 주인공은 박동기(70) 남녘현대사연구소장.
25일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에 따르면 박 소장은 지난 10일 모금운동 홍보 전단지를 챙기기 위해 사무실을 찾았다. 사람들을 직접 만나 모금을 권유할 계획인데, 괜한 오해를 살 수 있으니 홍보 전단지가 있는 게 좋겠다고 판단해서다.
이후 18일 박 소장은 양손에 ‘종이 뭉치’를 잔뜩 든 채 사무실에 나타났다. 종이 뭉치는 박 소장이 직접 만나 모금에 참여한 100명의 명단과 개인별 입금 영수증이었다.
당시 박 소장은 “만날 사람들을 정해 놓고 웹 포스터를 카톡으로 보낸 뒤 전화해 찾아갔다”며 “만나면 95%는 참여해 줬다. 금액은 얼마 되지 않지만, 금액보다는 많은 사람들이 참여한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입금 영수증을 보며 ‘도대체 누가 번거롭게 은행 CD기기를 통해 입급했을까?’라는 이국언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대표의 궁금증도 풀렸다. 사람들을 만난 자리에서 박 소장이 모금액을 받은 뒤, 입금 기기에서 그 사람 명의로 입금하고 영수증 사진을 찍어 다시 보낸 것이었다.
박 소장은 행동의 이유에 대해 ‘신뢰 문제’라고 밝혔으며, 100명의 명단을 놓고 돌아간 지 6일이 지난 24일 또 다른 113명의 명단을 추가로 내밀었다.
박 소장을 모두가 반갑게 맞아준 것만은 아니었다. 흔쾌히 동의해 줄 것으로 믿고 찾아갔지만, 정치적 색채가 짙다며 고개를 돌려 빈 걸음으로 돌아올 땐 내내 얼굴이 화끈거렸다고 했다.
입금 과정도 순탄치 않았다. 한 사람의 모금액을 입금하기 위해선 버튼을 십수회 눌러야 하는데, 100명이 넘다 보니 몇 시간씩 기기 앞에 서 있어야만 했다.
박 소장은 “뒤에서 사람이 기다리고 있으면 미안하니까 잠시 비켜줬다 다시 하곤 했다”며 “한 번은 기기 앞에 오래 서 있는 걸 이상하게 여긴 은행 직원이 사연을 듣고 깜짝 놀라기도 했다”고 말했다.
칠순날 다시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을 찾은 박 소장은 213명의 명단을 마치 생일 선물처럼 귀히 여기며 “가뜩이나 노동자들이 경시당하고 있는 이때일수록 강제동원 문제에 더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일제에 나라를 빼앗겨 파리 목숨보다 못하게 취급받은 살아있는 노동의 역사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박 소장은 모금운동의 의미에 대해 “단순히 돈 모으는 것으로만 생각하기 쉬운데 그렇게 생각할 문제가 아니다”며 “일제 과거사 문제가 청산되지 않은 것은 민족이 분단됐기 때문인데, 그도 일제 식민지 때문이다. 우리 사회는 아직 식민지가 끝난 게 아니다”고 역설했다./안태호 기자
안태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