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너리즘, 어떻게 극복해야 하나 / 최래오 |
| 2023년 07월 27일(목) 20: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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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 후 시골에서 자유롭게 생활하면서 나름대로 열심히 살아왔다. 그렇게 열심히 사는 것도 시간이 흐르다보니 삶에 대한 권태와 허무가 가만히 찾아왔다. 그리고 그 끝에 공황장애가 왔다. 정신과에서 상담을 받았다. 동시에 깊은 사색으로 이겨보려 애썼다. 생각지도 못한 매너리즘이 바로 그 때 찾아왔던 듯 싶다. 아무리 즐거운 생활이라도 긴장감없이 반복되다 보니 매너리즘이란 것에 빠졌던 것 같다. 그 매너리즘으로 인해 한동안 힘들었다.
생계를 위해서 열심히 살았던 젊은 날에는 매너리즘을 느끼기 어렵다. 자신을 돌아볼 여유가 없으니까. 하지만 퇴직을 한 뒤 삶에 여유가 생기고 반복적인 일상이 이어지는 때 매너리즘이 스며든다. 필자 역시 느슨한 생활 속에서 어느 순간 권태와 허무함이 다가왔다. 권태는 같은 일을 반복할 때 생기고 허무는 거기서 의미를 찾지 못할 때 생긴다. 지인이 시골에 찾아와 “이렇게 좋은 곳에서 지내니까 행복하겠다”고 했다. 사실, 나 스스로도 행복하다고 느꼈다. 그러나 비슷한 일상을 한 5년 정도 하다 보니 어느 순간 상황이 달라졌다. 내가 알지 못하는 사이에 매너리즘에 무너졌던 것이다. 정신적으로 방황을 하였고 정신과 치료까지 받게 됐다.
원인이 무엇일까를 들여다 보았다. 또 나름대로 치료방법을 찾아 나섰다. 첫째, 지루한 상태를 만들지 않기 위해서 날마다 계획을 세워서 실천하면서 바쁜 시간을 보내고자 했다. 우선 일계표를 짰다. 하루 10개의 실천항목을 세웠다. 벌써 6년째다. 그런 루틴이 알려져서 생생정보 2TV에 나나랜드에서 자유롭게 사는 나나인으로 방영되기도 했다. 일일 루틴은 1. 명상·스트레칭, 플랭크 2. 활쏘기·새총쏘기 3. 7천보 걷기·태극권 4. 독서 5. 영어·한문공부 6. 동영상 편집 공부 7. 노래부르기·사철가 8. 글쓰기·시낭송 9. 낯선곳 찾아가기 10. Art day 만들기 등이다.
항목 별로 점수를 준다. 지난 5년 동안 실천한 평균 점수가 60-70점이다. 한번도 100점에 이른 적이 없다. 특별보너스 점수로 11. 오토바이 여행 12. 누정 여행을 추가 했지만 목표 달성은 힘들었다. 두 번째는 새로움을 찾아 나선다는 것이다. 집안의 가구를 옮겨서 변화를 도모한다. 그 뿐 아니다. 시골집 200평 공간에서 이모저모 새로운 변화를 모색한다. 올핸 집 뒷편에 있는 절벽을 ART라는 이름을 붙여 절벽 정원을 만들려 하고 있다. 넝쿨을 정리하면서 조명을 설치하고 북두칠성 위치로 모형을 만들면서 아름다움과 변화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드립 커피도 직접 한다. 브랜딩된 원두를 구입해서 마시다가 항아리에 원두를 볶아서 맛을 새롭게 해보는 일을 시도하고 있다.
커피숍에 갈 때도 새로운 곳을 찾아간다. 여태 가보지 않은 곳에 가게 되면 일계표에 낯선 곳 찾아가기로 10점을 추가한다. 익숙하고 편안한 과거의 인연도 중요하지만 새로운 사람을 찾아 나선다. 거기엔 의지와 용기가 필요하다. 도전하고 실천하는 의지와 거기서 오는 두려움을 극복할 용기가 필수다. 처음엔 설레임으로 생기가 넘치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면 자기도 모르게 매너리즘이 스며든다.
필자는 계획을 수립·실천·점검하며 여유로움 속에서 바쁜 시간을 보낸다. 그리고 새로움과 설레임의 감정을 갖게 하는 갖가지 시도를 도모한다. 일계표의 항목을 다른 것으로 바꾸기도 하면서 말이다. 퇴직 후 많은 시간이 선물로 주어졌다. 그 반가운 선물이 어느 날 방황과 매너리즘으로 돌변했다. 그 시간의 선물이 줄어들고 있는데 매너리즘에 빠져 지낸다면 어불성설이다. 이 소중한 시간을 열심히 살아야 할 일이다. 익숙함에서 벗어나 새로움과 설레임을 갖는 것, 그게 소중한 시간을 가치있게 보내는 방법이 아닐까. 매너리즘을 극복하는 것은 그 시간을 알뜰히 보내는 데 있을 것이다. 그걸 알기에 날마다 루틴을 행하며 시간을 충실히 보내는데 헌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