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여성가족재단, 구술채록집 발간 전통시장은 ‘나의 힘’, 여성은 ‘광주의 힘’ 최명진 기자

2023년 07월 30일(일) 19:38

‘광주여성 생애구술사2’ 전통시장 여성상인편에 구술자로 참여한 박금자, 박수복, 정명순, 문경자, 구순자, 한순덕씨. <광주여성가족재단 제공>

광주의 소중한 문화유산이자 집념과 헌신의 시대정신을 일궈온 여성상인들의 삶이 책으로 발간돼 눈길을 끈다. 광주여성가족재단에서 펴낸 광주 전통시장 여성상인 6인의 구술채록집 ‘시장은 나의 힘’이다. 이 책은 ‘광주시민이 기록하는 광주여성의 역사’라는 취지로 재단이 추진해온 광주여성사 발굴 및 아카이빙 사업의 두 번째 결과물이다.

구술에 참여한 여성상인들은 대부분 1970년대 시장에 진입해 1980-90년대 초반까지의 황금기를 보내고 1990년대 중반부터 쇠락하기 시작한 전통시장의 역사를 온몸으로 살아낸 이들이다. 이번 생애구술집에서는 이들의 시장 진입 계기와 업종별 노동 경험, 시장 특성에 따른 상업행위의 차이, 일과 가정의 양립, 장사의 기술과 원칙 등을 담았다.

구술자로는 ▲양동시장 박수복(1943년생·54년 경력·식당) ▲서방시장 박금자(1949년생·48년 경력·방앗간) ▲대인시장 한순덕(1951년생·45년 경력·가방 판매) ▲남광주시장 구순자(1961년생·41년 경력·수산물판매) ▲양동시장 정명순(1958년생·41년 경력·한복 제작) ▲말바우시장 문경자(1960년생·32년 경력·과일 판매) 등 6인이다. 이들은 60-80대로, 30-50여년의 장사 경력을 갖고 있다.

이들이 시장에 진입하게 된 계기는 다양하다. 리어카에서 호떡과 튀김을 팔며 거리에 좌판을 열다가 점포를 얻게 된 이가 있고, 부모나 시어머니가 운영하던 가게를 이어받은 이도 있으며, 시장에서 가게를 운영하는 친지의 권유로 장사를 시작하게 된 이들도 있다.

특히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점포를 지켜야 하는 상인이자 아내와 어머니로서의 역할도 수행해야 했던 이들의 삶은 ‘전쟁’ 같기도 했다. 임신과 출산, 양육의 시기에 장사를 해야 했던 여성들은 친정 어머니나 시어머니 도움을 받아야 했다. 그럴 수 없을 땐 아이를 점포에 눕혀 놓거나 이웃 상인에게 맡기기도 했다.

가정 내 성역할이 견고한 사회에서 여성들이 경제활동을 해나가기 위해 감내해야 하는 부담과 이중노동은 지금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들 여성상인들에게 시장은 그저 물건을 파고 돈을 버는 생존의 공간만은 아니었다. 정체성과 자부심, 경제인으로서의 안목을 키워주는 자기 성장의 공간이기도 하다.

또한 시장은 이웃 상인들과의 교류, 손님들과의 오랜 신뢰관계, 상인회를 통한 조직적 경험을 통해 여성들이 세상을 읽고 세상으로 나아가는 출구가 됐다.

김경례 광주여성가족재단 대표이사는 “이 책에는 전통시장을 자신의 일터이자 삶터로 삼고 최선을 다해 생활을 일궈온 여성상인들의 생생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이들의 삶이야말로 광주공동체를 만들어온 저력이자 문화적 유산이다”며 “앞으로 재단은 우리가 기억하고 기록해야 할 광주여성들의 활동과 삶을 시민과 함께 역사로 만드는 작업을 지속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구술채록집은 무료로 배포되며 책을 받아보기 원하는 이는 재단으로 연락하면 된다.

/최명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