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조 라떼’ 풍암호수 올해도 ‘되풀이’ 1년간 수질 개선안 갑론을박만…이외 대책 ‘전무’ 市·區 “확정 후 조치”…주민들 “탁상공론·무관심” 안재영 기자

2023년 07월 31일(월) 20:45

매년 발생하는 수질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는 광주 서구 풍암호수가 올해도 어김없이 녹조 현상이 나타나 초록색을 띠고 있다./안재영 기자

지난 1년 가까이 수질 개선안을 두고 갑론을박만 오간 풍암호수에 올해도 어김없이 녹조가 발생했다.

31일 오전 9시께 광주 서구 풍암호수공원 내 호수는 ‘녹조 라떼’라는 오명에 걸맞게(?) 혼탁한 초록색을 띠었다.

수면 위 일부에는 물길을 따라 녹색 부유물이 즐비했고, 호수 가장자리는 누가 물감이라도 푼 듯 녹조 현상이 도드라졌다.

특히 제1목교 인근은 ‘미역국’이 연상될 정도로 띠를 이룬 초록색 덩어리들이 뭉쳐 있었다.

이를 보며 주민들은 ‘이젠 말하기도 지친다’는 반응을 보였다.

풍암동 주민 김모(55)씨는 “해년마다 되풀이되는 현상이지만 볼 때마다 눈살이 찌푸려진다”며 “언제쯤 ‘녹조 라떼’란 오명을 씻을지 모르겠다”고 혀를 찼다.

말로는 불쾌함을 다 표현할 수 없는 악취도 풍겨 코를 부여잡은 채 황급히 나무다리를 지나는 이들도 다수였다.

대학생 이모(24)씨는 “낮에는 너무 더워서 오전 일찍 산책을 나왔는데, 악취에 기분만 나빠졌다”며 “풍암호수 수질 개선안 논의가 이뤄진 것으로 아는데, 도대체 개선은 언제쯤 되는 것인지 묻고 싶다”고 답답함을 드러냈다.

실제 지난해 9월 풍암호수 수질개선 TF팀이 ‘부분 매립안’을 내놓으면서 이에 대한 관심이 뜨거웠었다.

정치권에서는 ‘주민들의 의견이 수용돼야 한다’며 원점 재검토 촉구를, 지역 주민단체들은 자체적으로 토론회를 열어 TF팀이 도출한 결과의 실효성을 따지기도 했다.

또 올해 1월에는 풍암동 인근 7개동 주민과 시·구의원이 참여한 ‘주민협의체’가 출범, 개선안으로 ‘원형 보존안’을 도출해 광주시에 제출했다.

그러나 당초 주민 의견 수용을 약속했던 광주시가 주민들이 제출한 개선안을 검토한 결과 추진이 불가하다는 판단을 내리면서 반발은 재점화됐다.

광주시의 번복에 주민협의체는 지난 6월 ‘강력 행동’을 예고했지만, 한달여 만에 ‘광주시의 고시안 수용’과 ‘원형보존안 고수’로 입장이 갈리는 등 날이 갈수록 취지가 무색해지는 모양새다.

게다가 1년 가까이 갑론을박이 오갔지만 수질 개선안 미확정에 풍암호수 수질 개선을 위한 조치는 기존 수질개선 장치 가동 외에는 전무해 올해도 ‘녹조 라떼’라는 오명을 벗지 못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지역 한 환경운동가는 “문제에 대한 심도 깊은 논의가 이어지고 있는 건 바람직하나 1년 가까이 아무 변화가 없었다면 탁상공론과 다를 게 없다”며 “특히 논의와 별도로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던 것은 수질 개선에 ‘무관심’했다는 방증”이라고 비판했다.

/안재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