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한 노후’ 광주 10명 중 3명 ‘워킹 시니어’ 작년 기준 취업자 7만1천명…일자리 대기자 4천200명 연금 광역시 중 최저 수준…양질 일자리 확대 필요 양시원 기자

2023년 08월 01일(화) 20:10

사진=아이클릭아트

“팍팍한 생계비 걱정을 덜 뿐만 아니라, 땀 흘려 일하면서 삶의 활력을 되찾을 수 있어 일하는 날만 기다립니다.”

1일 방문한 서구 양동 천원국시 매장. 여타 식당과 별반 다름 없지만, 이곳에서 일하는 직원 모두가 고령의 어르신이라는 점이다.

적게는 70세에서 많게는 81세 어르신들이 종사하고 있는 이곳 ‘천원국시’는 서구시니어클럽 노인일자리 창출사업으로 지난 3월 문을 열었다. 1호점이 개소된 지 두 달여만인 지난 5월 풍암점에 2호점이 둥지를 틀었고, 오는 9-10월에는 3호점 개점을 앞두고 있다. 두 달째 이곳에서 근무 중인 진현순(70)씨는 “일주일에 두 번 출근하는 날이면 매번 대중교통을 이용해야 하지만, 그런 불편한 점을 전혀 못 느낄 정도로 너무나 일이 즐겁고 행복하다”고 귀띔했다.

이 사례처럼 고령화 속도가 빨라지면서 일하는 어르신이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통계청 ‘지역별 고용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기준 광주시 5개 구의 65세 이상 취업자 수는 총 7만1천명에 달했다. 2022년 광주시 65세 이상 인구가 총 21만5천322명임을 감안하면 10명 중 3명 이상(32.9%)이 일하는 노인인 셈이다. 각 구별 65세 이상 인구 고용률은 광산구(40.4%)가 가장 높고 남구(34.3%), 동구(31.1%), 서구(27.5%), 북구(25.9%) 순이다. 광산구의 경우 5개 자치구 중 유일하게 65세 이상 고용률이 15-29세 고용률(39.7%)을 뛰어넘기도 했다.

한정된 노인일자리 사업의 참여 경쟁도 치열하다. 올해 광주시는 1천22억원의 예산을 투입, 노인일자리 사업 참여자 2만8천240명을 모집했다. 하지만 모집 인원보다 더 많은 신청자가 몰려들면서 지난달 31일 기준 대기자는 4천200명에 달했다.

일하는 고령층 증가에는 고령인구 증가 뿐만 아닌 낮은 생활 수준과 부족한 생활비가 원인으로 꼽힌다.

국민연금 급여지금 통계 결과 올해 3월 기준 광주 연금 수급자 수는 15만3천589명, 1인당 월 지급액 평균은 53만4천495원으로 집계됐다. 6개 광역시 가운데 대구(52만5천399원)에 이어 가장 낮은 수준이다. 광역시 중 1위를 차지한 울산(74만4천795원)과는 21만300원이나 격차가 났다. 한국고용정보원이 최근 내놓은 ‘65세 이상 고령자 고용 증가 현황과 원인 및 시사점’ 보고서에서는 65-79세 노인들이 고용시장에 뛰어드는 이유로 ‘생활비에 보탬이 돼서, 돈이 필요해서’(51.7%)가 절반 이상을 차지 했다.

노인일자리 사업에 있어 보다 자립성 등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 단순 노동으로 분류되는 공익형 일자리가 아닌 어르신들의 경력과 활동 역량을 활용하는 사회서비스형·시장형 일자리를 늘려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노인일자리는 사업유형에 따라 주로 저소득층이 참여하는 공익활동(월 27만원), 사회서비스형(월 71만원) 등으로 분류되는데 공익형 일자리 대비 높은 임금 수준 등이 노인 빈곤과 실업 문제를 해결에 도움을 줄 것이라는 시각이다.

올해 기준 광주시의 노인일자리의 80%는 노노케어·환경미화 등 공익활동이 차지했다. 사회서비스형은 8.4%, 시장형·민간업체 취업알선형도 10.7%에 불과했다. 노인일자리 사업에 참여한 어르신 10명 중 8명이 쓰레기줍기 등 단순노동에 투입됐다는 얘기다.

정부는 노인일자리 규모를 2027년까지 노인인구 대비 10%까지 늘릴 계획이다. 특히 사회 서비스형·민간형 일자리를 전체 노인일자리의 40% 이상으로 확대해나갈 방침이다.

광주시 고령사회정책과 관계자는 “노인 일자리 사업 예산이 대부분 국비에서 나오는 만큼 광주시도 정부 가이드라인에 맞춰 사회서비스형·민간형 일자리를 확대하는 등 어르신들의 더 나은 노후를 위해 힘쓰겠다”고 말했다.

/양시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