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하늘·빛·땅…현대미술 흐름을 만나다 한독수교 140주년 ‘터닝포인트’展…오는 31일까지 은암미술관 최명진 기자

2023년 08월 03일(목) 19:37

다니 플뢰거作 ‘The Cults’

세오作 ‘나의 집에 낯선 나8’

송현숙作 ‘28획’

김유섭作 ‘serie _black painting’

올해는 한국과 독일 수교 140주년 되는 해다. 일제강점기, 제2차세계대전, 한국전쟁, 국토분단 이후 대한민국과 독일연방공화국은 신뢰를 바탕으로 지향적 관계를 구현하며 긴밀한 협력관계를 발전시켜 왔다.

1960년대 초 한국은 전쟁 피해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한 상태였다. 인구급증으로 심각한 실업난과 경제개발정책에 따른 외화 부족 사태가 초래돼 그 자구책으로 서방 국가의 경제 지원을 유치하고자 파독 근로자가 송출됐다.

1964년 파독 광부로 갔다가 쾰른대학에서 미술사를 공부하던 유준영 이화여대 명예교수는 독일에서 겸재 정선 화첩을 발견했다. 그리고 선지훈 신부는 독일 상트 오틸리엔 수도원과 해당 화첩 반환 논의를 진척시켰다. 2005년 영구대여 형식으로 반환이 결정된 국외 소재 문화재 환수는 한독 문화교류의 한 전환점 역할을 한다.

세계의 질서가 대전환기를 맞이한 현시대, 한국과 독일은 4차 산업혁명과 기후변화 등 미래 지향적 핵심 가치를 공유하는 파트너 관계 속에 있다.

이에 은암미술관에서는 양국의 예술교류를 확대하고자 독일과 한국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14명 작가를 초대해 전시를 마련했다.

오는 31일까지 열리는 2023 한독수교 140주년 기념 프로젝트 ‘터닝포인트(Turning Point)’ 전이다.

독일은 1970년대 말 형식주의에서 벗어나 인간 내면에 집중해 감정을 자유롭게 표현하는 신표현주의를 통해 세계미술시장에서 큰 성공을 거뒀다. 이후 독일에서 유학한 작가들의 다양한 발현은 세계화 심화 과정에서 생긴 간극을 좁혔다.

이번 전시에서는 현 세계가 코로나19 팬데믹,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이전 세계로 되돌아갈 수 없으며 다가올 미래의 경계에 놓여있음을 받아들이게 한다. 다양한 예측과 주장이 등장하고 위기와 기대가 혼종하는 시대 속 방향과 전환을 제시한다.

컬트, 인류세, 인공지능 등 인간이 통제할 수 없는 세상 속에서 사물의 근원인 동시에 우리 삶의 필수 불가결한 물, 하늘, 빛, 땅을 주제로 동서양의 정신과 기법을 융합해 제작한 작품들을 선보인다.

또한 관객 참여, 작가와의 대화, 인문학 콜로키엄을 함께 준비해 민간 영역에서 독일과의 문화예술 교류를 시도한다. 지역민들이 독일 예술의 변모와 한국 예술의 위상을 체험할 수 있는 자리다.

오는 9일 오후 2시 작가와의 대화, 25일 오전 11시 ‘독일문화 가로지르기’ 썸머 콜로키엄이 진행될 예정이며, 자세한 내용은 은암미술관 학예연구실(062-226-6677)로 문의하면 된다.

관람객들은 참여 작가들과 만남을 갖고, 작품을 통해 새로운 예술적 경험을 하며 현대미술을 이해하고 소통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정여섭희 은암미술관 학예사는 “이번 전시를 통해 현대미술의 흐름을 공유하고 새로운 자극에 대한 소통과 문화의 다양성에 대한 이해의 폭이 확산하기 바라며, 한국과 독일이 함께 열어갈 앞날에 더 큰 발전을 기대해본다”고 말했다.

/최명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