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치동물원 동물들의 여름나기]시원한 물줄기·다양한 특식에 생기 ‘팔팔’ 코끼리·원숭이 등에 영양제 듬뿍 담아 얼린 과일 제공 물범·수달엔 장어·얼음해산물케이크…피서 ‘각양각색’ 안재영 기자

2023년 08월 03일(목) 21:05

폭염 속 동물원의 ‘여름나기’ 숨이 턱턱 막힐 정도로 고온의 폭염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3일 광주 북구 생용동 우치동물원에서 원숭이가 각종 과일·야채가 들어간 얼음 과자를 먹고 있다(사진 上). 이날 사육사가 더위에 지친 코끼리에게 시원한 물을 뿌려주고 있다. /김애리 기자

“사람은 더우면 덥다고 말이라도 하는데, 동물들 속은 오죽하겠나 싶습니다. 모두 건강하게 여름을 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폭염 경보가 발효된 지 열흘째인 3일 오전 9시께 광주 북구 우치공원 동물원. 해가 아직 중천에 뜨지 않았지만 내리쬐는 뙤약볕에 북구지역 체감온도는 이미 35도를 돌파했다.

가만히 있어도 땀이 줄줄 흐르는 무더위 속에 하마 ‘히뽀(37)’가 열린 철문 사이로 모습을 드러냈다. 숨을 헐떡이며 실외로 나온 히뽀는 사육사가 뿌리는 물줄기에 등목을 한 뒤 곧장 물웅덩이로 피서를 떠났다.

퀭한 모습으로 야외에 나온 모녀 코끼리 봉이(26)와 우리(14)의 눈을 번쩍 뜨이게 한 건 ‘특식’이었다.

단호박·사과·당근·파인애플·수박을 영양제와 함께 얼린 특식이 바닥에 놓이자 두 모녀는 발로 먹기 좋게 부순 뒤 코로 집어 먹었다.

허기를 채우는 동안 사육사가 물을 뿌려주자 엄마 코끼리 봉이는 즐거운 듯 연신 귀를 펄럭였다.

더위가 익숙할 것 같았던 사막여우와 미어캣마저 푹푹찌는 밖이 싫은지 실내에서 시원한 바람을 쐬며 여름을 이겨내고 있었다.

물범에겐 여름철 보양식의 대명사 ‘장어’가 특식으로 제공됐다. 장어를 주기 전 사육사는 손바닥으로 물범과 입을 맞추고 몸 전체를 마사지해줬다.

이는 ‘메디컬 트레이닝’이라 불리는 긍정강화 훈련으로 동물의 건강 상태를 살피는 방법 중 하나다. 놀이에 가까운 훈련이라 동물들도 사육사와 쉽게 교감하며 안정감을 얻을 수 있는 게 특징이다.

트레이닝 후 사육사가 던진 장어를 바로 입으로 넣지 못한 물범 한 마리는 물속에서 도망치는 먹이와 뜻밖의 추격전(?)을 펼치기도 했다.

평소 미꾸라지를 먹던 수달은 이날 전복과 연어, 랍스타 등을 한 데 얼린 ‘해산물 케이크’를 먹으며 그야말로 생일 같은 하루를 보냈다.

갈색꼬리감기원숭이들의 실외 사육장엔 ‘과일 빙수’가 열매처럼 매달렸다. 원숭이들은 장난감과 먹이를 겸한 빙수를 흔들고 놀다가 배가 고플 땐 키위와 블루베리, 수박, 샤인머스캣 등을 빼먹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이같은 우치공원 동물들의 여름나기 행사는 지난달 1일부터 이달 30일까지 이어진다.

날짜별로 대상 동물은 다르지만 목표는 단 하나, 무더운 여름을 건강하게 보낼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우치공원 관계자는 “말을 못할 뿐 사람과 똑같이 더위를 느끼는 동물들이 건강하게 여름을 보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안재영 기자